# AI 시대, 보험업계에도 ‘인문학의 힘’이 필요하다

탁구대 위에서 로봇이 인간을 상대로 서브를 넣고, 골프장에서는 로봇이 홀인원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광경이 현실이 되면서,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에서 AI가 4승 1패를 거둔 이후, 지금은 인간이 100번을 겨뤄도 이기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업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보험 인수 심사, 손해사정, 리스크 분석 등 핵심 업무를 대체하면서 업계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1901년부터 2005년까지 노벨상 수상 과학자와 일반 과학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수상자들의 학점이나 IQ는 평균 수준에 불과했다. 결정적 차이는 예술과 취미 활동에 있었다. 음악 활동은 두 배, 미술 활동은 일곱 배, 공연 활동은 7.5배, 문학 활동은 무려 12배나 많았다. 이는 보험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 데이터 분석과 정량적 평가에 치우친 현행 보험 리스크 평가 시스템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더 깊은 통찰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929년 로버트 허친스 시카고대학교 총장이 도입한 ‘시카고 플랜’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보여준다. 학생들이 고전 100권을 읽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도록 한 이 정책은, 당시 무명의 사립대학을 노벨상 수상자 100명 가까이 배출하는 명문으로 탈바꿈시켰다. 일본은 2025년에만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배출하며 누적 27명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아직 과학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은행 총재와 다트머스대학교 총장을 지낸 김용 전 총장은 “이공계 학생도 그림을 배우고, 로스쿨 학생도 스포츠와 음악에 많은 시간을 쓴다”며 인문학과 교양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보험업계도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AI가 보험 상품 개발, 언더라이팅, 클레임 처리 등 정형화된 업무를 대체할수록, 보험사에는 더 넓은 시야와 창의적 사고를 갖춘 인재가 필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숫자와 통계에만 의존하는 보험 리스크 평가는 AI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사회 변화와 새로운 위험 요소를 발굴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AI가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시대, 보험업계의 경쟁력은 더 빠른 연산이나 더 많은 데이터 처리에 있지 않다. 오히려 교양,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통합적 사고가 중요한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업계가 진정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사유와 넓은 감수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