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전용도로 급감속 추돌…법원 "선행차량 책임 더 무겁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앞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가 뒷차와 충돌한 사고와 관련해, 법원이 선행차량의 과실 비중을 60%로 더 높게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최근 원고 차량 보험사가 피고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6대4 비율의 과실을 인정했다. 이번 판결은 추돌사고에서 흔히 적용되는 '후행차량 책임 우선' 원칙이 항상 절대적이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사고는 광명시 소하동 편도 4차로 자동차전용도로 3차로에서 발생했다. 선행 차량은 전방에 장애물이나 교통 흐름을 방해할 만한 요인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감속했다. 뒤따르던 차량은 상당한 안전거리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급감속을 발견하는 데 늦어 결국 앞차를 들이받았다. 원고 보험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로 수리비 70만5500원(자기부담금 20만원 제외)을 지급한 뒤 피고 측에 구상금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양측 과실을 모두 인정해 일부만 인용했다.

재판부는 두 가지 독립된 주의의무 위반이 경합한 구조로 사고를 분석했다. 첫째는 선행차량의 '정당한 사유 없는 급제동 금지 의무' 위반이다. 도로교통법 제19조 제3항은 모든 운전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급제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 차량의 감속은 이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됐다. 둘째는 후행차량의 '전방주시 의무 소홀'이다. 법원은 피고 차량이 안전거리는 충분히 확보했지만,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아 사고를 피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후행차량의 과실이 안전거리 미확보가 아닌 순수한 주시 태만에 국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판결의 핵심은 단순한 위치 선후가 아니라, 어느 쪽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에 더 결정적으로 기여했는지를 따진 데 있다. 법원은 "진행 방향 앞쪽에 아무런 장해사유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두 차례 반복하며, 선행차량의 급감속에 정당성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상 자동차전용도로나 고속화도로에서의 단순 추돌은 후행차량에 압도적 과실이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사건은 선행차량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이 전체 과실 비율을 뒤집은 이례적인 사례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고의 과실비율 산정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후행차량 보험사가 구상금 방어에 나설 경우, 단순히 "뒷차는 앞차의 동태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항변만으로는 부족하다. 선행차량의 감속에 정당한 사유(전방 장애물, 신호 변화, 선선행차량의 급정지 등)가 있었는지를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반대로 선행차량 측은 급감속이 불가피했던 사정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고속 주행이 전제된 도로에서 오히려 주된 과실자로 평가될 위험이 크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추돌사고 과실비율이 단순한 위치 논리가 아니라, 각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와 인과 관계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된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보험사들은 향후 유사 사고 처리 시, 차량 간 거리뿐 아니라 선행차량의 감속 동기와 정당성 여부까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판결이 자동차 보험 분쟁에서 보다 정교한 사실 관계 분석을 요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