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토착 발효미생물이 국내 발효식품 산업의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세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통 발효식품에 사용되는 미생물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종균화한 결과, 생산 효율이 크게 개선되고 해외 수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맞춤형 발효종균을 활용하면 기존에 한 달 가까이 걸리던 메주 발효 기간을 2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는 특허 등록된 바실러스 아밀로리퀴파시엔스 균주 덕분으로, 작업 효율이 50% 향상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국내 토착 효모는 수입 효모보다 발효율이 36% 이상 높고, 고유의 향기 성분을 풍부하게 생산해 전통주와 장류의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기술은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해당 미생물 종균을 이전받은 장류 업체의 제품은 올해 3월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전통주를 생산하는 다른 업체는 미국, 호주, 홍콩, 베트남 등으로 수출을 확대했다. 농촌진흥청은 앞으로 여러 균주를 조합해 자연 발효에 가까운 맛을 내는 ‘종균 묶음(패키지) 기술’과 종균 활성을 오래 유지하는 기술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춰 미생물 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 구축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농촌진흥청은 지금까지 발효 특성, 기능성, 안전성 등 총 1만 8,000여 건의 정밀 분석 정보를 확보했다. 현재 215개 균주의 특성 정보는 ‘농식품올바로’ 누리집에서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 통합데이터를 활용해 AI가 최적의 균주를 추천해주는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미생물을 식품 제조나 가공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규제 완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 기관과 협력해 2025년부터 정부 기관과 대학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운영하며 식용 근거, 안전성, 기능성 등의 과학적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 결과, 최근 김치 유래 유산균 2종이 식품 원료로 신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유산균은 류코노스톡 락티스(Leuconostoc lactis)와 페디오코쿠스 이노피나투스(Pediococcus inopinatus)로, 식약처 고시를 통해 공식 인정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그동안의 꾸준한 연구와 노력의 결과다. 농촌진흥청은 2023년부터 생물자원 등록을 늘려 2025년 현재 215주를 확보했으며, 2030년까지 315주로 확대할 계획이다. 종균 개발도 2025년 36종에서 2030년 41종으로 늘릴 예정이다. 특성 정보 역시 2025년 1만 7,361건에서 2030년 3만 5,000건으로 대폭 확장한다. 이와 함께 국립농업과학원 씨앗은행(KACC)을 통해 업체에 미생물을 분양하는 지원도 이어지고 있으며, 2022년부터 지금까지 총 537건의 분양이 이뤄졌다.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 사례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누룩 유래 황국균(Aspergillus oryzae 75-2)은 효소 활성이 뛰어나 누룩 제조에 활용됐고, 전통주 업체에 기술이전 돼 탁주 생산에 쓰이고 있다. 증류식 소주 전용 토착 효모(Saccharomyces cerevisiae N9)는 알코올 생산성을 36% 높여 약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된장 유래 바실러스균(Bacillus amyloliquefaciens NY12-2)은 콩 단백질 분해 능력과 유해균 억제 효과가 우수해 장류 제품의 미국 첫 수출을 이끌었다. 식초 유래 초산균(Acetobacter pasteurianus CV3)은 산 생성능과 과일향 생성에 강점을 보여 발효식초 제조 기술로 가장 많이 기술이전 됐다. 김치 유래 유산균(Weissella cibaria JW15)은 면역 기능 개선 효과가 입증돼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등재됐고, 2024년에는 제품화돼 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농촌진흥청 식품자원개발부 박성우 부장은 “토착 발효미생물의 산업화는 수입 균주를 대체하고, 케이푸드(K-Food)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발효식품 업체들이 더욱 편리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국산 종균의 경제성과 현장 적용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