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돌려받기 위한 청구 기간을 계산할 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수 결정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간 진료비 정산 과정에서 발생한 소멸시효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은 의견을 내놨습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되는 제도입니다.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며, 그동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진료가 끝난 다음 달 1일을 기산점으로 삼아 왔습니다. 하지만 환수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요양기관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번 민원의 당사자는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A씨입니다. A씨는 2021년 10월 환자를 치료한 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약 2,100만 원을 청구해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해당 환자가 자동차보험으로 진료비를 처리하기를 원하자, A씨는 이미 받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해 줄 것을 2022년 7월에 요청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를 환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A씨는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청구했지만, 자동차보험회사가 일부 진료비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분쟁심의회는 청구된 진료비 중 약 800만 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했습니다. 이에 A씨는 2024년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해당 금액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으로 다시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A씨가 기존에 요청한 환수 요청을 청구 취하로 간주해 시효중단 효력이 사라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지급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A씨는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조사 결과, A씨가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해 시효를 중단시켰고 이후 환수 관련 행정절차를 성실히 진행했음에도 기존 청구를 취하했다는 이유만으로 시효중단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진료비를 다시 건강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 상태가 발생한 시점은 환수 결정일이므로, 이날을 청구권 소멸시효의 새로운 기산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국민권익위는 환수 결정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A씨가 지급을 청구했으므로 소멸시효 기간 내에 적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지급 여부를 다시 심사하도록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민원과 유사한 사례가 다른 요양기관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환수 결정일을 요양급여비용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으로 적용하는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제도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국민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요양기관이 환자의 편의를 위해 관련 행정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했음에도 불이익을 받는 것은 가혹하다"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행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국민의 권익이 더욱 두텁게 보호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