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용 소프트웨어인 솔리드웍스(SOLIDWORKS)를 판매하는 8개 사업자들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총 23억 7,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조치는 제품 설계와 개발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려 산업 경쟁력을 저해한 담합 행위를 제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에 따르면, ㈜노드데이타, ㈜메이븐, ㈜솔코, ㈜웹스시스템코리아, ㈜위버맨시, ㈜케이앤솔루션, ㈜한영솔루텍, 프리즘(주) 등 8개 사업자는 국내 솔리드웍스 제품 판매 시장의 100%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대면 모임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솔리드웍스 제품군의 최저 판매가격을 정하고, 특정 사업자가 기존에 거래하거나 먼저 영업을 시작한 거래처에 대해 다른 사업자들의 영업을 금지하는 합의를 하고 이를 실행했다.
솔리드웍스는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 다쏘시스템(Dassault Systemes Solidworks Corporation)이 개발한 산업용 소프트웨어로, 기계, 가전, 의료기기 등 다양한 업종에서 제품 설계 및 관리에 널리 활용된다. 이 소프트웨어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소프트웨어의 일종으로,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전환 비용이 커서 이용자가 특정 제품을 계속 사용하려는 특징이 있다. 주요 제품군으로는 3D 설계가 가능한 CAD(Computer Aided Design), 구조해석이 가능한 Simulation, 유동해석 제품인 FLOW, 데이터 관리 프로그램인 PDM 등이 있으며, 각 제품군은 기능에 따라 스탠다드, 프로페셔널, 프리미엄 등급으로 나뉜다.
국내 솔리드웍스 제품군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547억 8,200만 원으로 추산된다. 다쏘시스템의 한국 자회사인 다쏘시스템코리아가 이들 8개 판매사업자(대리점)를 통해 제품을 공급해 왔다. 과거 다쏘시스템코리아는 판매사업자들에게 특정 고객에 대한 독점적 영업권을 부여하는 '영업권 보호 정책'을 시행했으나, 2020년 말 공정위의 조사 이후 이 정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판매사업자들 간 경쟁이 심화되고 가격이 하락하자, 이들은 경쟁을 회피하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담합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담합은 2021년 8월 사장단 회의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솔리드웍스 제품의 최저 판매가격을 합의하고, 특정 판매사업자가 기존에 거래하거나 먼저 영업을 개시한 거래처에 대해 다른 사업자의 영업을 금지했다. 해당 거래처에서 견적을 요청할 경우 특정 금액 이상으로 제출하기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제한했다. 이후 2022년 3월과 2023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최저 판매가격과 유지보수 가격을 추가로 인상했고, 2022년 6월과 9월, 2023년 1월 세 차례에 걸쳐 영업보호 기준을 강화하고 대상을 확대했다.
합의를 강제하기 위해 제재 방안도 도입했다. 최저 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할 경우 차액을 지급하도록 했고, 위반 사례가 3회 이상이면 협의회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실제로 2023년 6월에는 합의를 위반한 한 판매사업자를 퇴출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담합의 결과, 솔리드웍스 제품의 판매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주요 제품인 솔리드웍스 CAD의 2023년 3분기 평균 판매가격은 담합 이전인 2021년 2분기 대비 53.81%나 올랐다. 솔리드웍스 제품군 매출 중 CAD 제품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90%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을 상승시켜 산업 경쟁력을 저해한 담합 행위를 적발·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를 통해 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시장의 담합 관행이 개선되어 기업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기업 활동과 밀접한 산업용 소프트웨어 분야의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위버맨시가 4억 2,9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노드데이타 3억 8,800만 원, 메이븐 3억 7,200만 원, 솔코 2억 7,100만 원, 케이앤솔루션 2억 9,200만 원, 한영솔루텍 2억 8,600만 원, 프리즘 2억 5,800만 원, 웹스시스템코리아 7,600만 원 순이다. 공정위는 최근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하한과 부과 기준을 대폭 상향한 만큼, 향후 유사한 법 위반 행위가 적발될 경우 더욱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