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의 거센 파도를 넘기 위한 해법으로 '지식재산(IP)'이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지재위)는 지난 7월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지식재산 기반 지역경제 혁신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지역 자산을 고부가가치 IP로 탈바꿈시키는 'IPRX(Intellectual Property Regional Transformation)'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n\n이번 간담회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자생적인 경제 혁신 생태계로 전환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재위 이춘무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이 주재한 가운데, 행정안전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한국발명진흥회, 한국창업보육협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지역문화진흥원 등 공공기관, 그리고 지식재산 금융 전문가, 변리사, 마을기업 및 소상공인 대표 등 민간 전문가 총 27명이 참석했다.\n\n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정찬식 센터장은 특허 자료를 분석해 비수도권의 강력한 반등 추세를 발표했다. 올해 5월 기준 비수도권 5개 권역(대경권, 동남권, 호남권, 중부권, 강원제주권)과 3개 특별자치시·도의 전체 특허 출원은 5만 234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했다.
절대 규모는 수도권(3만 9836건)이 컸지만, 성장률은 대경권(+27.5%), 동남권(+21.9%), 호남권(+19.8%) 등 비수도권이 수도권(+12.8%)을 압도하며 지역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n\n산업별로는 수도권이 반도체 등 하드웨어를 주도하는 가운데, 전국 모든 권역에서 금융기술과 전자상거래 관련 '서비스업 특허'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동남권 소매업(+1,480%), 중부권 전문 서비스업(+460%), 수도권 금융 서비스업(+352%)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성장은 각 지역의 선도 기업과 고성장 기업이 견인하고 있다. 수도권 테라플랫폼(+14,300%)을 비롯해 중부권 에코프로비엠(+360%), 대경권 포스코홀딩스(+733%), 동남권 한화에어로스페이스(+69.0%), 호남권 비나텍(+275%), 강원제주권 삼성메디슨(+47.8%) 등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n\n지재위 이선우 과장은 지역 자원의 고부가가치 IP화 성공사례와 한계를 6가지 유형으로 분석했다.
첫째, 순창 고추장·보성 녹차·의성 마늘처럼 지역 공동체와 대기업이 상생하는 협력 모델, 둘째, 진안 홍삼·횡성 한우처럼 프리미엄을 증명·인증하는 모델, 셋째, 보성 녹차밭과 이천 예스파크(藝\'S PARK) 같은 6차 산업 융복합 투어리즘 모델, 넷째, 신안·서천 김의 국제식품규격(Codex) 선점 모델, 다섯째, 대전 성심당과 꿈돌이를 활용한 도시 팬덤 브랜딩 모델, 여섯째, 금산 인삼·영동 와인 등 연구개발 기반 고도화 모델이다.\n\n이 과장은 특히 '이름만 특산물' 현상을 지적했다. 지역 브랜드 인지도는 높지만 타 지역이나 수입산 원료에 의존해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는 문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산지 연계 의무화와 이익 공유제 도입, 그리고 향토 지식재산을 주민의 지속적인 소득원으로 삼는 '지식재산 마을연금·개인연금' 등 지역경제 수익구조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n\n한국발명진흥회 강재구 책임전문위원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에 지식재산이 도입되면서 일어난 놀라운 변화를 소개했다. 인천의 3대째 이어온 노포 '전동집'은 상표, 꾸러미 디자인, '아귀불고기 조리법 특허' 등 종합적인 지식재산 지원을 받은 후 동네 식당에서 바로 요리 세트와 냉동식품을 제조·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원 전 4억 1천만 원이던 매출이 28억 2천만 원으로 7배 가까이 폭증하며 지역 소상공인의 성공 표본이 되었다.\n\n수원의 '북수원시장'은 수원의 관문이라는 역사성을 공동브랜드와 디자인권으로 보호하고, 수원여대와의 산학협력까지 확장했다. 낡은 시장이 청년들이 찾는 인기 명소로 탈바꿈한 혁신 사례다.\n\n제주대학교 이재헌 교수는 2만여 건의 제주 지역 상표 출원 빅데이터를 분석해 제주의 생존 전략 진화를 설명했다.
제주 상표는 가공식품(29류)에서 숙박·외식(43류) 시대로 이어지다가, 2023년 이후에는 유통·광고(35류)가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완전한 온라인 유통 생태계로 전환됐다. 특히 상품성 미달로 버려지던 제주 신례리 감귤은 정부의 국유특허인 '감귤술 제조방법'과 결합해 몽드셀렉션 금상과 은상을 휩쓴 명품 증류주 '미상25'와 '신례명주'로 재탄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