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멸구가 국내로 유입돼 정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농촌진흥청이 전국 벼 재배 농가에 조기 발견과 세심한 관찰을 당부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6월 베트남과 중국 현지 예찰포에서 벼멸구 발생을 확인한 결과, 채집 개체수가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해 504마리에서 올해 550마리로 증가했고, 중국은 1만3034마리에서 1만4452마리로 늘었다. (예찰포는 특정 해충이나 작물 생육 상태를 미리 관찰하고 예측하기 위해 설치하거나 지정한 재배지를 말한다.)
국립식량과학원의 국내 유입예측 프로그램에 따르면 올해 첫 비래(飛來)는 지난해보다 14일 늦은 6월 19일에 확인됐다. 유입 가능 지점은 남부권, 서남해안, 일부 내륙 지역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상륙한 벼멸구가 산란하면 약 27~30일 후 성충이 되므로 7월 중순 무렵 성충 출현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병해충 전문가로 '농작물 병해충 중앙 예찰단'을 편성해 도 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 예찰단과 공동으로 7월 중순부터 4개 도(충남, 전북, 전남, 경남) 20개 시군에서 합동 예찰을 진행하고, 적기 방제 대책을 수립·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지역 예찰포를 중심으로 벼멸구 같은 비래 해충 발생 상황을 상시 예찰하며 지역 내 확산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동성 해충인 벼멸구는 베트남, 중국을 거쳐 주로 6월 중하순부터 7월 중하순 사이 편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날아온다. 성충 수명은 30일 정도이지만, 성충 한 마리가 350개 이상 알을 낳는다. 성충과 약충은 벼 줄기에 붙어 흡즙하며 번식하는 특성이 있다. 최근 여름철뿐만 아니라 9월까지 높은 기온이 유지되면서 벼멸구의 세대 증식 기간이 단축되고 지속적인 번식이 우려된다.
지난 2024년 7~9월 사이 이상 고온 현상이 지속돼 벼멸구가 대발생한 바 있다. 당시 전남·북, 충남 지역 약 3만4000헥타르(ha)에 달하는 논이 집단 고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벼멸구의 흡즙은 천립중과 등숙률에 영향을 줘 수량을 감소시키며, 볏대 아랫부분(주로 수면 위 10cm 부위)에 서식해 벼를 둥근 멍석 모양으로 말라죽게 하는 '집단고사(Hopperburn)' 현상을 일으킨다.
벼멸구의 발생은 비래량에 크게 좌우되며, 제1세대 암컷 성충의 단시형 비율이나 천적 밀도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주로 6월 중하순부터 7월 중하순에 장시형 성충이 중국으로부터 기류를 타고 비래해 발생하며, 일단 정착하면 이동성이 낮다. 제1세대 성충은 암컷의 약 90%가 단시형(날개가 짧아 날 수 없는 형태)으로 번식에 적합하며, 인접한 벼 포기에서 증식·흡즙을 계속해 논에 핵을 형성하고 집중적인 피해를 입힌다. 7월 중·하순 비래한 벼멸구가 산란한 알이 부화하거나, 6월 하순 비래한 벼멸구의 제1세대가 형성되는 7월 하순 내지 8월 상순이 방제 적기다.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채의석 과장은 "벼멸구는 피해가 겉으로 드러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재배지 내 서식하는 마릿수를 확인해 대응해야 한다"며 "고온이 지속되면 밀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확산 속도가 빨라지므로 면밀한 예찰이 중요하며, 동시에 방제 계획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농가에서는 벼 포기당 2마리 이상 약충 또는 성충이 보이면 즉각 방제에 돌입해야 한다.
예측모델 로우데이터는 기류를 기반으로 한 분석으로 주변 해역 및 국내외 도착 가능 지점이 광범위하게 분포했으나, 생존함수(기온·습도)를 적용한 데이터에서는 국내 유입 가능 지점이 남부권, 서남해안, 일부 내륙 지역으로 집중됐다. 초기 예찰은 이들 지역을 우선 대상으로 현장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