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이 더 공정해진다. 사용자가 가해자로 신고된 경우 ‘셀프조사’가 원천 차단되고, 실제 사례가 대폭 보강된 매뉴얼이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 시행 이후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공정한 조사 기준 마련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최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동관서 접수 기준으로 2021년 7774건에서 2022년 8961건, 2023년 1만1038건, 2024년 1만3601건, 지난해에는 1만6373건으로 늘었다. 같은 상황이라도 노사 간 인식 차이로 갈등이 커지는 사례가 적지 않아, 현장에서는 보다 일관되고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개정 매뉴얼의 핵심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조사의 공정성을 높였다.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해 ‘셀프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한 조사위원회에 기피·회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사업장이 자체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권고했다. 피해자와 사업장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한 절차를 마련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장관 지시로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노동감독관이 선제적으로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한 데 이어, 제도적으로 공정성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둘째, 실제 사례를 대폭 보강해 현장에서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2023년 매뉴얼 개정 이후 축적된 다양한 사례를 조사 단계별, 판단요건별, 행동유형별로 추가했다. 특히 괴롭힘으로 인정된 사례와 인정되지 않은 사례를 함께 제시해 조사 담당자와 노사가 보다 쉽고 일관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괴롭힘 인정 사례로는 특정인에게만 팀장 회의 참석을 미통보해 따돌리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비하하고 모욕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인에게만 구형 컴퓨터를 지급하는 행위, 회식에 오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에 적겠다고 압박하는 행위 등이 포함됐다.
반면 괴롭힘 불인정 사례로는 전보 조치로 출근 거리가 30분 늘고 기존 동료들과 단절된 것은 통상적인 인사 조치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른 시간대에 비해 1회 더 많은 업무를 지시한 것은 객관적으로 과중하다고 보기 어렵고, 메신저로 단순히 출근을 확인한 행위도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인사 평정 결과 최하위 평가를 받은 것 자체만으로는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개정 매뉴얼과 함께 노사 안내자료, 표준취업규칙도 함께 공개해 사업장에서 예방부터 조사, 조치까지 전 과정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 소규모 사업장의 예방과 대응 역량을 높인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예방 체계와 조사 절차를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한국고용노동교육원과 함께 운영하는 무료 예방교육을 50인 미만 사업장 중심으로 확대하고,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캠페인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국민참여예산 간담회 등에서 제기된 현장 의견을 반영해 분쟁 해결 지원 방안도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넷째, 노동감독관의 전문성을 높여 피해자 보호를 강화한다. 전국 지방 노동관서의 괴롭힘 판단전문위원회 운영을 활성화해 복합적인 사건도 일관되고 전문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복적이거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신고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피해 구제가 필요한 사건에는 행정역량을 집중해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구도 혼자 감내해서는 안 되는 문제로, 누구나 존중받으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라며 “이번 매뉴얼 개정은 보다 공정한 조사와 현장의 쉬운 판단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동감독관의 직장 내 괴롭힘 업무 부담을 덜기 위해 AI 도입과 폭언·폭행 등 부당 행위에 대한 조사 중지권 도입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필요한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