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건강관리 서비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의료데이터를 둘러싼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업 진흥과 개인정보 보호를 놓고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최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플랫폼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19일 카카오헬스케어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리워드형 플랫폼 ‘슈퍼워크’와 제휴해 건강관리와 디지털 자산을 연계한 상품을 내놓았고, 현대해상은 육아·건강 콘텐츠 플랫폼 ‘우리아이연구소’를 통해 부모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열린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 공청회에서는 의료데이터 활용의 범위를 두고 업계와 시민사회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법안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본법 성격으로, 의료 마이데이터·건강정보 전송요구권·보건의료정보 활용 체계·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운영·규제특례 등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의료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AI 기반 정밀의료와 맞춤형 건강관리, 신약 개발 등 의료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계는 의료데이터 활용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차동철 네이버 의료혁신센터장은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기반이 마련돼야 AI 기반 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발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사회와 의료계는 법안이 산업 활성화에 방점을 두면서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옥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명칭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보건의료정보의 산업적 활용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활용보다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되도록 세밀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자의 민감정보가 관리전문기관으로 집중될 경우 상업적 활용과 재식별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보험업계와의 연계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높다. 김진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은 "보험·금융 업계로 의료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차단할 제도적 방화벽이 필요하다"며 "보험사나 계열사가 관리전문기관으로 지정되거나 보험 인수심사·보험료 산정에 의료정보가 활용되지 못하도록 명확한 제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호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도 "가명처리만으로 동의 없이 상업적 활용을 허용하는 것은 시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법안이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데이터 활용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각계에서 제기된 우려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제도 환경에서 도입 가능한 실효성 중심으로 법안을 구성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계와 시민사회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추가적인 논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