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린 세계동물보건역사학회(WAHAH)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서울대학교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공동 주최한 이번 학회는 1969년 설립 이후 57년 만에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열린 행사로, 한국 수의 보건의 역사적 보존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로 평가된다.
‘동물 보건을 위한 과학과 정책의 역사’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에는 독일, 영국, 스페인 등 19개국에서 100여 명의 수의학 및 보건역사학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전북대학교 신동원 교수를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 전문가 4명의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총 10개 세션에서 구두 발표 39편과 포스터 23편이 발표됐다.
특히 이번 학회에서는 과거 동물 질병 대응 역사가 현대 국가 방역 체계에 주는 시사점이 집중 조명됐다. 기조 강연에서는 마(馬)의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한국의 전통 수의학이 과학적 방역 체계로 전환된 과정이 소개됐고, 마오쩌둥 시기 중국의 수의 업무 외주화와 대규모 동물 백신 접종 캠페인, 일본 제국주의 수의학 사례 등이 공유되면서 국가 재난형 가축전염병 관리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
이 밖에도 각국의 수의 사학 교육 방식, 뮌헨대 수의학 컬렉션, 한국의 수의 아카이브 사례 등이 발표됐다. 가축을 이용한 환경 방사능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계기가 된 영국 사례와 동물매개 감염병 및 인수공통전염병 추적과 연관된 이탈리아의 진드기학 연구 등 인류 보건 안전과 직결된 역사적 고찰도 이뤄졌다.
부대행사로 마련된 ‘근현대 한국의 수의 역사 디지털 사진전’은 117년이 넘는 한국 수의과학 및 동물 보건 역사를 보여주며 해외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1909년 경남 창녕에서 이뤄진 최초의 탄저병 백신 접종 사진과 1934년 간도에서 구제역 진단을 위해 임상검사를 하는 모습 등 귀중한 기록이 전시됐다.
검역본부 최정록 본부장은 “인류를 위협하는 신종 감염병의 70% 이상이 동물로부터 유래하는 ‘원 헬스(One Health)’ 시대에 동물 보건의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 방역 표준을 세우는 일”이라며 “전통을 발판 삼아 대한민국이 글로벌 동물 보건 및 방역 정책의 중심축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국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6월 24일 등록 및 개회식을 시작으로 기조 강연과 세션 발표, 포스터 질의응답, 리셉션이 진행됐다. 25일에는 기조 강연과 세션 발표에 이어 만찬이, 26일에는 기조 강연과 세션 발표 후 총회와 함께 경복궁, 창덕궁, 민속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공동 문화행사가 이어졌다. 총 105명(국외 51명, 국내 54명)이 참가한 이번 학회는 한국 수의학의 역사적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 협력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