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엑스선(X-ray)과 CT(컴퓨터단층촬영) 등 방사선 진단 장비의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가 매년 발간된다.
질병관리청은 6월 29일 '2025년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통계 연보'를 처음으로 내놓았다. 그동안은 다른 의료방사선 관련 연보의 부록으로만 제공되던 정보를 별도의 독립된 보고서로 만든 것이다. 이는 병원과 의원에서 방사선 장비 사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이번 연보는 전국 시·군·구가 제출한 2025년 3월 31일 기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방사선을 이용하는 의료 장비로, 일반 엑스선 촬영기, CT, 유방촬영기, 치과용 엑스선 장치 등이 모두 포함된다.
연보에는 전국 의료기관의 장치 설치 현황과 사용 연수 분포 등이 장치 종류별, 용도별, 지역별, 의료기관 종류별로 상세히 수록됐다. 특히 이번 연보의 부록에는 국내 연도별 추이와 함께 해외 주요국의 설치 현황도 추가돼 국제 비교도 가능하다. 아울러 의료기관이 환자와 직원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진단용 방사선 촬영실 방어시설 구조도 예시'도 실려 실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전국 11만 대 넘어…10년간 꾸준히 증가
2025년 기준 전국 의료기관에 설치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모두 11만 736대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8만 2357대)과 비교해 10년 새 2만 8379대(약 34%) 늘어난 수치다. 연평균 증가율은 3.3%로, 의료 현장에서 방사선 검사에 대한 의존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치 종류별로 보면 전산화 단층 촬영장치(CT)의 증가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CT는 연평균 9.8%씩 늘어 전체 장치 중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11.5%에서 2025년 19.9%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커졌다. CT는 뇌·흉부·복부 등 다양한 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어 최근 진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2025년 기준 장치 분류별 비중을 보면 진단용 엑스선 발생기가 3만 5512대(32.1%)로 가장 많았다. 진단용 엑스선 발생기는 엑스선을 만드는 고전압 장치가 본체에 내장된 이동형이나 소형 장치로, 주로 치과 구내 촬영용이나 골밀도 측정기에 쓰인다. 이어 진단용 엑스선 장치(고전압 발생 장치가 별도로 설치된 중·대형 장치)가 2만 5546대(23.1%), 치과진단용 엑스선 발생장치가 2만 3302대(21.0%), CT가 2만 1992대(19.9%), 유방촬영용 장치가 4384대(4.0%) 순이었다.
■ 치과 병·의원에 가장 많고, 수도권 집중 뚜렷
의료기관 종류별로는 치과 병·의원이 4만 8912대(44.2%)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가장 많은 장치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는 환자 한 명당 촬영하는 엑스선 사진이 많고, 의원급 치과에서도 구내 촬영 장치를 기본적으로 갖추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의원이 3만 8485대(34.8%), 종합병원이 9859대(8.9%), 병원이 8246대(7.4%)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만 6800대(24.2%)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2만 4808대(22.4%)로 뒤를 이었다. 두 지역을 합하면 전체의 46.6%로, 전국 장치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는 인구와 의료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을 반영한다. 반면 세종(639대, 0.6%), 울산(2080대, 1.9%), 제주(1387대, 1.3%) 등은 상대적으로 장치 수가 적었다.
■ 평균 사용 연수 10.3년…종합병원이 가장 빨리 교체
이번 연보에서는 장치의 사용 연수(나이)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2025년 기준 전체 장치의 평균 사용 연수는 10.3년으로 조사됐다. 사용 연수 구간별로는 '5년 이하'인 장치가 3만 5900대(32.4%)로 가장 많아, 의료기관들이 비교적 활발하게 장비를 교체하거나 새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기관 종류별로 보면 종합병원의 평균 사용 연수가 8.8년으로 가장 짧았다. 종합병원은 환자가 많고 최신 의료 기술 도입에 적극적인 데다, 장비 가동률이 높아 교체 주기가 빠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요양병원, 보건기관, 한방병원 등이 포함된 '기타 기관'은 평균 13.3년으로 사용 연수가 가장 길었다. 의원은 10.7년, 병원은 10.4년, 치과 병·의원은 10.0년이었다.
장치 종류별로는 CT의 평균 사용 연수가 6.7년으로 가장 짧았다. 특히 CT의 경우 '5년 이하' 장치 비중이 44.2%(9715대)에 달해 신규 도입이 매우 활발했다. 반면 치과진단용 엑스선 발생장치는 평균 13.1년으로 사용 기간이 가장 길었고, 21년 이상 된 장치도 21.0%나 됐다. 이는 치과용 장치가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고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보인다.
■ 안전 관리와 정책 수립의 기반
질병관리청은 이번 통계 연보를 바탕으로 의료방사선 안전 관리 정책을 더욱 체계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는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의 안전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3년마다 정기검사를 받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연보는 지역별·기관별 장치 분포와 노후도 등을 한눈에 보여줘, 검사와 관리가 취약한 곳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통계 연보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방사선 검사 장비 현황을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첫 자료"라며 "환자 안전 중심의 의료방사선 관리 정책을 마련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사선 검사 장비의 설치와 운영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국민이 안심하고 의료방사선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국민 건강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보는 질병관리청 누리집(www.kdca.go.kr)에서 누구나 열람하고 내려받을 수 있다. '정책정보' → '건강 위해 예방·관리' → '의료방사선관리' → '의료방사선게시판' → '교육 및 가이드라인'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방사선은 진단과 치료에 필수적이지만, 과다 노출 시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 이번 통계 연보는 국내 의료방사선 장비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국민의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줄이고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