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과 드론, 우주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안보'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중소벤처기업부, 국방부, 우주항공청은 26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관계부처와 중소·중견기업 대표, 민간 전문가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정부가 '한국형 팔란티어'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 자리였다. 팔란티어는 미국의 대표적인 안보 기술 기업으로, 전장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해 기업가치가 약 3천억 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해 2030년까지 신안보 분야에서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기업 5개, 매출 1천억 원 이상 혁신기업 5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회의는 주제발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중기부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계획', 국방부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국방분야 추진방안', 우주청은 '우주항공 신산업을 통한 신안보 제고 방안'을 각각 발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현대전 양상 변화, 조달 혁신 방안, 인재 육성 전략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정부가 발표한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계획의 핵심은 여섯 가지다. 첫째, 신안보 전략분야를 지정하고 혁신기업을 발굴·육성한다. 드론·로봇, 국방AI·반도체, 국방 센서·미래소재, 우주·항공, 사이버 보안·양자 통신 등이 유력 분야로 꼽힌다. 정부는 혁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신안보 후보기업'과 '혁신기업'으로 지정해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둘째, 첨단무기체계의 신속한 전력화를 위해 조달 체계를 대폭 개선한다. 기존에는 무기체계 조달이 소요 기획부터 전력화까지 장기간이 걸렸지만, AI 등 첨단 기술 장비는 최초 배치까지 1년 이내로 단축한다. 국방 분야에서는 민간이 군사적 필요성을 제안하는 공모형 획득 방식을 확대하고, 군이 우선 활용하면서 성능을 지속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비국방 안보분야에는 '혁신 촉진형 계약제도'를 도입해 혁신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신속하게 계약·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중간 성과마다 대금을 지급하는 마일스톤 방식도 도입한다.
셋째, 대규모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한다. 연구개발부터 실증, 구매까지 연계하는 'OTA형 연구개발'을 도입해 기업당 최대 5년간 100억 원을 지원한다. OTA는 미국 연방기관이 혁신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계약·실증·구매할 수 있도록 한 조달 체계다. 또 기업이 군 작전이나 훈련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실증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장 요구에 기반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넷째, 전략적 공공투자 기반을 구축한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비영리 벤처캐피탈 '인큐텔(IQT)' 모델을 도입해 정부가 신안보 분야에 100% 직접 투자하는 '한국형 인큐텔'을 설립한다. 이를 통해 초기 자금 공백을 해소하고, 1조 원 이상 규모의 모태펀드와 방산펀드로 성장 자금을 지원한다. 또 기술 특화 자산운용사인 '한국전략기술파트너스' 설립을 지원하고, 향후 5년간 최대 10조 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다섯째, 혁신기업의 개발 성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보장하고 신시장 진출을 촉진한다. 정부와 혁신기업이 개발 성과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기업이 이를 민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한을 보장한다. 전략 수립과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전용 패키지를 신설하고, 수출 역량 강화와 대기업 협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다.
여섯째, 범정부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하고 추진단을 운영해 부처 간 연계를 강화한다. 정책의 안정적 이행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신속 조달체계 구축을 위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AI와 드론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혁신기업의 첨단 기술이 군에 신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실증전담부대를 2026년까지 9개로 확대하고, 부대별 혁신랩을 구축해 현장 중심의 기술 실증과 민·군 기술 교류를 활성화한다. 또 '2026 대한민국 드론 공방전' 개최와 군 훈련장 개방을 통해 드론·대드론 기술 실증 기회를 확대한다.
국방 데이터의 민·군 공동 활용도 추진한다. 군 데이터 메타정보를 '국방데이터 카탈로그' 형태로 제공하고, 공개 가능한 데이터를 지속 확대해 혁신기업의 AI 개발을 지원한다. AI 학습용 고품질 데이터 구축을 확대하고, 보안 제도 개선과 '국방 AX 거점' 조성을 통해 산·학·연이 국방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첨단전력의 신속·대량 획득을 위해 '국방첨단전력사업법' 제정을 추진하고, '국방 AX 스프린트 사업'을 통해 민간 AI 기술의 군 적용을 확대한다. 상용 소형드론을 군용으로 구매할 때 공급망, 보안, 품질을 사전 검증하는 'K-BLUE UAS' 인증체계와 드론 핵심부품 표준화도 추진한다.
국방부는 또 한국군 특화 AI 운영체계 'K-메이븐'과 국방 특화 AI 모델, 국방 월드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한국형 장거리 자폭 무인기 'K-LUCAS' 도입과 50만 드론 전사 양성을 위한 교육용 상용드론 6만 대 확보 등 드론 공공소요를 창출해 AI·드론 중심의 첨단전력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기술혁신이 신산업을 창출하고, 산업 발전이 안보 역량 강화로, 안보 수요가 다시 기술혁신과 산업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 'K-문샷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우주데이터센터' 핵심기술 개발과 우주검증을 추진해 위성 데이터 처리·저장 시장을 선점한다. 국가 위성정보 공개 플랫폼을 구축해 위성 영상·관측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고, 위성정보 활용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을 마련한다.
AI 무인기와 전기·하이브리드 추진 수직 이착륙 항공기를 자체 개발하고, 공공·국방 임무 기반 실증을 통해 민·군 겸용 모빌리티 상용화를 촉진한다. 또 우리나라 비우주분야 강점 산업의 소재·소자·부품을 우주에서 검증해 자체 공급망을 확충함으로써 글로벌 변동성에 대비한 독립성을 확보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관계부처 장차관들은 "오늘 논의된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신안보 혁신기업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안보 산업의 판도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AI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스타트업이 시장의 주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과감하게 도전하는 스타트업들이 안보 혁신의 핵심 주체로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주도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