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한우 120여 마리를 사육하는 홍도농장은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20년 근무하다 2022년 귀농한 김성훈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 김 대표는 낮은 소득과 자동화 시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24년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기술을 도입했다. 농식품부산물과 풀사료를 직접 배합해 급여한 결과 사료비가 26.7% 줄었고, 1++ 등급 출현율은 37.5%에서 61.2%로 대폭 높아졌다. 출하월령도 1.9개월 단축되는 등 생산성 향상 효과가 뚜렷했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과 사료 원료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생산비 절감은 한우 농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기술이 사료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장 실용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승돈)은 현장에서 검증된 이 기술의 확산과 고도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가 섬유질배합사료는 농가가 확보한 곡류, 풀사료와 농식품부산물 등을 활용해 직접 사료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농가 여건에 맞춰 사료 원료를 선택하고 배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가축의 선택 채식을 줄여 영양소를 균형 있게 공급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2년부터 농식품부산물의 사료 활용 확대 연구를 추진해 왔으며, 현재까지 맥주박, 비지, 깻묵, 두유박, 버섯사용후배지 등 총 47종에 대한 사료가치 평가를 완료했다. 이 정보는 한국표준사료성분표와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배합비 프로그램에 반영돼 농가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기술 고도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018년에는 개량된 한우의 성장 특성에 맞춰 거세 한우 단기 비육 프로그램을 반영했으며, 사육단계별 고영양 사료 급여로 목표체중 조기 도달이 가능해져 사육기간이 9.7% 단축됐다. 2024년에는 임신우 사료 증량 급여 기술을 추가해 후대 송아지의 근내지방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임신 4개월부터 분만까지 배합사료를 1.5배 증량 급여한 결과 송아지의 소화기 발달과 초기 성장이 촉진됐고, 거세우의 근내지방도는 6.7에서 7.6으로 높아졌으며 1++ 등급 출현율이 36.4%에서 85.7%로 증가했다. 소 마리당 순이익도 88만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의 현장 적용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전국 16개 시군 42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한 결과에서도 효과는 입증됐다. 출하월령은 30.9개월에서 28.5개월로 단축됐고, 사료비는 11.3% 절감됐다. 육질 1+ 등급 이상 출현율은 65.6%에서 72.4%로 높아졌으며, 농가 소득은 41.6% 증가했다. 기술 전수 거점 농장 실증 결과에서는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적용 농가의 사료비가 두당 평균 296만 원으로 전국 평균(411만 원)보다 28% 낮았다. 1++ 등급 출현율은 65.3%로 전국 평균(39.1%)보다 26.2%포인트 높았고, 도체중도 평균 487.3kg으로 전국 평균(470.6kg)보다 16.7kg 증가했다.
자가 섬유질배합사료는 사료비 절감 효과가 우수하지만 배합기와 저장시설 등 초기 시설 투자와 제조 기술 습득이 필요해 일부 농가에서는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0두 사육 농가 기준으로 배합기와 급여기 등을 포함한 초기 투자비는 약 1억 원 내외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전국한우협회,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함께 기술 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 기술 전수 거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국 9개소의 거점 농장이 운영 중이며, 2027년까지 18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거점 농장은 신규 도입 농가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학습장 역할을 한다. 농업기술센터, 협회 등과 연계한 현장 교육에 활용되며, 청년 농업인 연계 교육과 컨설팅도 병행된다. 실제로 2024년에는 11회 236명이 현장 견학 및 교육을 받았다. 또한 신규 도입 농장주와 거점 농장주 간 상시 소통 체계를 운영해 문제 해결과 노하우 전수를 지원하고 있다.
초기 시설 투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동 제조 모델도 검토 중이다. 여러 농가가 원료 확보와 제조시설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별 농가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기술 활용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100두 사육 농가 기준 사료비 10% 절감 시 연간 2,200만 원(두당 44만 원, 50두 출하)의 비용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은 2027년 축산 현장 실증 연구를 거쳐 시범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경산우의 최적 출하 시기 설정 연구와 경산우 비육 기간 단축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식품 제조 공장과 스마트팜 등에서 발생하는 신규 농식품부산물을 발굴해 한우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료 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배합비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농가별 사육 규모와 경영 여건에 맞는 정밀 사양관리 기술을 고도화해 나갈 방침이다.
한우 농가의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활용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한우 비육우의 섬유질배합사료 급여 비율은 2004년 2.14%에서 2024년 32.28%로 증가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조용민 원장은 “한우 자가 섬유질배합사료 기술은 농식품부산물을 사료 자원으로 활용해 생산비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현장 실용 기술”이라며 “거점 농장 실증을 통해 확인된 성과를 바탕으로 농가의 도입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공동 제조 모델과 현장 지원을 확대하고, 다양한 농가 여건에 맞는 기술 개발과 보급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