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현장 중심의 예방 대책을 본격 추진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3년간 전국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학사고 354건 중 180건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한 사상자는 총 293명으로, 사망 19명, 부상 274명에 달한다. 특히 사고 건수와 피해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여서 2023년 104건(사상 67명)에서 2025년 136건(사상 149명)으로 늘어났다.
인명피해를 일으킨 180건의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무려 159건(88.3%)이 법정 안전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인적요인 사고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개인보호장구 미착용(44건, 27.7%), 점화원 관리 소홀(39건, 24.5%), 단기노동자 사고(17건, 10.7%) 등이 꼽혔다. 이 세 가지 원인만으로 사망 17명, 부상 245명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울산, 서산, 여수 등 주요 산업단지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331개사의 현장 안전관리자 480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 가지 주요 원인별 맞춤형 예방 방안을 마련했다.
첫째, 폭발·인화성 사고 예방을 위해 점화원 관리를 강화한다. 접지·본딩 등 정전기 예방 조치를 법정 자체점검 항목에 포함해 주 1회 점검하도록 하고, 주유소의 정전기 제거장치처럼 작업 전 방전패드 설치를 지원해 인체에 쌓인 정전기를 제거한다.
둘째, 보호장구 미착용으로 인한 가스 중독·흡입 사고를 막기 위해 개인보호구 착용 인식도를 높인다. 위험공정이나 밀폐 공간으로 가는 출입 통로를 화학안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입구와 출구에 음성안내 장치를 설치해 안전수칙을 반복 안내한다. 이를 통해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진입하기 전에 위험성을 인식하고 기본 안전 수칙을 지키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셋째, 안전정보와 시설정보가 부족한 현장에서 발생하는 단기노동자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현장교육을 강화한다. 기존 온라인 교육을 작업 전 현장교육으로 전환해 취급물질, 공정별 위험요인, 사고 사례, 비상조치 방법 등을 사업장에서 직접 교육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반적인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관계기관 합동점검을 확대하고, 매월 넷째 주 수요일을 '화학안전점검의 날'로 운영해 취급시설의 안전성을 높이고 사업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한다. 방전패드와 음성안내장치 등 추가 지원은 화학사고 저감효과를 분석한 뒤 차년도부터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조현수 기후에너지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화학사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장 현장에서 기본 안전수칙이 철저히 지켜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호장구 착용, 정전기 방지, 작업 전 교육 등 현장 중심의 예방 대책을 적극 추진해 화학사고로부터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저감방안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점화원 관리 강화를 위해 인화성 물질 취급 시 제전 보호장구 규정을 신설하고, 방전판 지원과 접지 확인 표시 배포도 함께 추진된다. 폭발·화재 등 고위험 작업에 대해서는 필수 안전확인 항목을 제작·배포하고 지도·점검과 수시 검사를 강화한다.
단기노동자 관리를 위해서는 기존 법·이론 중심의 온라인 교육을 사례·대응 중심의 작업 전 현장교육으로 전환하고, 4대 고위험 작업(인화성 물질 취급,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보수, 유해화학물질 이송·주입, 밀폐공간 작업)에 대해서는 직전교육 10분을 의무화한다.
또한 사업장 내 화학안전구역을 설치·표기해 비인가 인원의 출입을 통제하고, 위험구역 진입 시 음성안내 장치를 통해 보호장구 착용과 안전수칙을 반복 안내할 계획이다. 접지·본딩 관리 상태가 미흡한 사업장에는 점화원 관리 태그를 부착하고 접지 확인 장소를 안내하는 등 시각적 관리도 병행한다.
이번 대책은 사고 사례를 분석한 결과 보호장구만 정상 착용해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던 사례, 점화원만 정상 제거했어도 폭발을 막을 수 있었던 사례 등이 다수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