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이 더욱 얇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 소비자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5%가 고유가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가계 지출 및 소비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식품 구매에 부담을 느낀다는 응답은 73.6%에 달해, 식탁 물가에 대한 체감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응답자의 65.5%는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제 지출을 줄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출을 줄인 주요 항목은 교통·에너지비(35.0%)와 외식·배달비(37.6%)가 중심이었다. 농식품 구입비는 부담을 느끼는 항목 중 하나였지만, 필수 소비재 성격 때문에 실제 지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식사 방식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고유가와 물가 부담으로 외식·배달 이용을 줄이고 가정 내 조리를 늘렸다는 응답이 67.3%에 달했다. 중동전쟁 이전에는 외식·배달·포장이 33.9%, 가정 내 직접 조리가 42.2%였지만, 이후에는 외식·배달이 22.4%로 11.5%포인트 줄어든 반면, 가정 내 직접 조리는 54.2%로 12.0%포인트 증가했다. 가정 내 간편 조리(HMR 등) 비중은 23.9%에서 23.4%로 소폭 감소해, 소비자들이 직접 요리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 구매 행태도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동일 품목을 구매할 때 할인·특가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34.1%로 가장 높았다. 필요한 양만 구매(27.4%)하거나, 다른 품목으로 대체(17.0%)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다른 품목으로 대체할 때는 가격 부담이 낮은 식품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68.4%에 달했다. 중동전쟁이 지속될 경우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도 59.8%였으며, 감소 예상 품목은 과일·과채류(33.2%), 육류(26.1%), 가공식품(23.6%) 순이었다.
정부가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소비자들의 농식품 구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급 대상자들은 피해지원금을 주로 농식품(39.5%), 생활필수품(19.0%), 외식·배달비(17.4%), 교통·에너지비(15.5%)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원금의 평균 54.1%를 농식품 구매에 쓸 계획이며, 지급 대상자의 48.0%는 평소 가격 부담으로 구매를 망설였던 농식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51.9%는 지원금에 본인 비용을 더해 추가 소비할 의향이 있어, 소비 진작 효과가 기대된다.
지원금 사용 계획에 따라 농식품 품목별 구매 의향도 차이를 보였다. 농식품이나 외식·배달비로 사용하겠다는 소비자는 과일·과채(31.8%)와 육류(30.8%) 구매 의향이 뚜렷했다. 반면 생활필수품이나 교통·에너지비에 사용할 계획인 소비자는 농식품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미수급자는 과일·과채류(48.4%)와 육류(45.0%)를 중심으로 구매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아, 지원금의 효과를 방증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농식품 소비를 지속·확대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정책은 '농산물 가격 관리(50.9%)'였다. 이어 소비자 맞춤형 상품 개발(16.3%), 농식품 구매 할인 지원(15.8%), 유통 단계 축소(12.6%) 순으로 응답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소비 유형 변화에 대응한 농업기술 개발 방향을 모색한다. 농촌진흥청 위태석 농업경영혁신과장은 "외식 감소, 가정 내 조리 증가 등 소비 유형 변화를 고려한 품종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수확 품종 개발을 확대하겠다"며 "가공·바로 요리 세트(밀키트) 등에 적합한 농산물 재배 기술과 저장·품질관리 기술을 개발·보급해 농식품 수요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촌진흥청은 가정 내 조리 및 간편조리 수요 확대에 대응해 가공·밀키트 활용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농식품 가격 부담 완화를 위해 수량성이 높은 다수확 품종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신선 소비용, 가공용 등 활용 목적별 품질·규격·수량 특성을 고려한 재배기술을 개발·보급하고, 밀키트·전처리 농산물 등 간편조리용 농식품의 활용 확대를 위해 저장성 향상, 신선도 유지 등 저장·품질관리 기술 개발 및 보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