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후가 빠르게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최근 10년간(2016∼2025년) 제주와 남해안은 물론 동해안의 강릉과 울진까지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17개 지점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1990년대 14개 지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21세기 후반에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강원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3년(1973∼2025년)간 우리나라 연평균기온은 10년마다 0.30℃씩 상승했다. 특히 최근 10년의 상승 폭은 1.10℃로 크게 가팔라졌다. 지난해 연평균기온은 2024년(14.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13.7℃를 기록했고, 최근 3년(2023∼2025년)의 해가 역대 1∼3위를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월별로 보면 2∼3월, 9월, 11월의 기온 상승 추세가 다른 달보다 컸다. 특히 3월과 11월은 평균기온이 10℃에 근접하면서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학자들은 세계적인 기후 구분 기준인 트레와다(Trewartha) 기준을 활용해 아열대 여부를 판단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최한월(가장 추운 달) 평균기온이 18℃ 이하이면서 월평균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일 때 아열대 기후로 본다. 평년(1991∼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약 80%의 지역에서 10℃ 이상인 달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에 그쳐 온대 기후에 해당했다. 그러나 최근 10년 동안 기온이 계속 오르면서 아열대 기후 조건을 만족하는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
30년 단위 평균으로 보면 1981∼2010년에는 제주 4개 지점과 부산, 여수, 목포 등 남해안 지역 13곳에서 아열대 조건이 충족됐다. 1991∼2020년에는 여기에 울산이 추가되면서 14곳으로 늘었다. 10년 단위로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변화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14개 지점이었으나 2010년대에는 광주가 추가됐고, 최근 10년(2016∼2025년)에는 동해안의 울진과 강릉이 새로 포함되면서 총 17개 지점으로 확대됐다.
가장 큰 변화는 11월 평균기온이 10℃를 넘어서면서 나타났다. 광주, 울진, 강릉 모두 11월 기온이 상승한 덕분에 아열대 조건을 만족했다. 또한 전주, 대구, 영덕, 속초 등에서도 11월 평균기온이 10℃에 근접해 앞으로 아열대 기후 조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동해안 지역의 11월 기온 상승이 동해 해수면 온도의 빠른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부지방의 경우 아직 온대 기후가 우세하지만, 보령, 청주, 대전 등에서도 아열대 조건에 점차 접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3월 평균기온의 상승이다. 과거에는 3월 기온이 크게 낮았으나 최근에는 11월 기온과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높아진 지역이 나타났다. 춘천, 원주, 충주, 청주, 대전, 구미 등 내륙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는 앞으로 봄철 기온 상승이 아열대 기후로의 전환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은 4∼11월이 10℃ 이상으로 늦가을까지 따뜻해지는 형태가 주를 이루지만, 앞으로는 이른 봄부터 따뜻해지는 형태로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전망은 더욱 뚜렷하다. 기상청이 국가 기후변화 표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1세기 전반기(2021∼2040년)에는 저탄소 시나리오와 고탄소 시나리오 모두 큰 차이 없이 전남, 경남, 해안 지역과 일부 대도시에서 아열대 기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는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도 아열대 지역이 내륙으로 다소 확대되는 가운데, 고탄소 시나리오(SSP5-8.5, SSP3-7.0)에서는 강원영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우리나라 기후 체계가 지금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후 특성 변화가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생태계와 국민 생활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열대 기후로의 전환은 폭염, 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의 증가뿐 아니라 농작물 재배 지역, 동물 서식지, 식물 생장, 어류 등 생태계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선 기상청장은 "최근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고 폭염, 호우, 가뭄 등 다양한 극한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기후위기가 현실화되었음을 체감하고 있다"며 "기상청은 기후변화 현황과 특성을 면밀히 감시하고 미래 전망을 예측해 사전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이 사용한 트레와다 기준은 전 세계 식생대를 가장 잘 반영한 기후 구분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아열대 연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온대 기후는 10℃ 이상인 달이 4∼7개월, 아열대 기후는 8개월 이상인 것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열대 기후로 분류될 때 최난월(가장 더운 달) 평균기온이 22℃ 이상인 특징도 함께 나타난다. 기상청은 기후정보포털을 통해 국민들이 아열대 기후 현황과 미래 전망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