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 시대, 국민의 일상 속 고민을 정책으로 연결하는 아이디어들이 대거 쏟아졌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11일 '내 삶을 바꾸는 인구정책·슬로건 공모전'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전은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인구전략기본법의 취지를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 생활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인구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5월 1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정책 제안 1,687건, 슬로건 제안 5,842건 등 총 7,529건이 접수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전문가 심사를 거쳐 선정된 정책 분야 1등(대상)은 '치매가족 통합케어' 아이디어다. 이 제안은 치매 환자뿐 아니라 돌봄 부담으로 우울증과 같은 2차 피해를 입기 쉬운 보호자까지 함께 케어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치매 판정을 받은 즉시 보호자에게 심리상담, 우울 검사, 돌봄 정보를 하나로 묶은 '통합케어 패키지'를 제공하고, 특히 배우자가 보호자인 경우에는 감별검사(MRI·CT)를 우선 연계해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또한 행동심리증상(BPSD)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전담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정기 방문과 긴급 단기보호를 연결하는 체계를 제안했다. 제안자는 부모의 치매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이 아이디어를 냈다고 밝혔다.
2등(최우수상)은 두 건의 제안이 선정됐다. 첫 번째는 '중장년 돌봄전환 마이크로자격'이다. 병원 동행, 약 수령, 장보기, 디지털 민원 보조, 등하원 동행 등 생활 속 작은 돌봄 업무를 단위로 쪼개어, 중장년층이 짧은 교육과 실습만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소자격(小資格)을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기존 요양보호사 자격처럼 긴 교육이 필요 없어 경력 전환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돌봄 수요와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두 번째는 '출산 시 주거 평형교환 및 공공주거 이동 마일리지' 제안이다. 공공주택에 거주 중인 가구가 출산할 경우, 같은 단지나 권역 내 더 넓은 평형의 공가(空家)로 우선 이주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대출 우대금리는 유지한 채 한도만 증액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녀 수에 따라 우대를 차등 확대해 2자녀 이상 가구에는 이자까지 면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주 시에는 어린이집, 소아과, 학교 등이 갖춰진 '육아안심구역'을 우선 매칭하고, 이사에 따른 취득세와 중개수수료를 바우처로 전액 지원한다. 이를 위해 자녀가 독립한 시니어 가구가 소형 주택으로 이동하면 생기는 퇴거 물량을 활용하는 '단지 내 주거 순환 예비자 명부제'를 제안해 별도 재정 부담을 낮췄다.
3등(우수상) 세 건 중 두 건은 주거 분야 제안이다. '아이-업(Up) 주거전환제'는 출산 시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1자녀 가구에는 취득세 50% 감면과 금리 0.5%포인트 인하를, 2자녀 가구에는 취득세 면제와 금리 1.0%포인트 인하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첫집 전환보증제'는 신혼부부가 기존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전에 새 집 잔금일이 먼저 도래해 생기는 자금 공백(최대 90일)을 공공이 단기로 보증해주는 제안이다. 고금리 신용대출이나 가족 차입 없이 결혼과 이사를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수도권과 광역시에서 시범 운영한 뒤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나머지 3등 제안은 '대학연계형 로컬크레딧 학점교환제'다. 수도권 대학의 문화·예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 관련 학과와 인구감소 지역을 1대1로 매칭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해당 지역에 상주하면서 특산물 브랜딩, 축제 리브랜딩, 홍보 숏폼 제작 등 지역활성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 정규 학점(15학점)과 경력 인증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폐교나 빈집을 '로컬 캠퍼스 기숙사'로 제공해 주거 부담을 낮추고, 보조금 대신 학점과 포트폴리오를 보상으로 제시해 우수 청년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장기 체류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돋보인다.
슬로건 분야 1등(대상)은 '우리아이 웃음소리, 우리가족 잇는소리'가 선정됐다. 아이의 웃음으로 가족의 행복이 이어지고 커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 접수된 정책 제안을 분야별로 분석한 결과, 저출생 대응이 1,028건(61%)으로 가장 많았고 고령화 대응 334건(19.8%), 인구감소사회 대응 325건(19.3%) 순이었다. 단일 주제로는 '양육·돌봄·일·생활 균형' 분야가 416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결혼·출산지원', '지역소멸대응' 등이 뒤를 이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이 가능한 사회, 아이를 함께 키우는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공모전에서는 결혼 준비와 출산·양육, 부모 돌봄, 청년의 독립과 취업 등 국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 생활밀착형 제안이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황혼 육아를 하고 있다고 밝힌 한 제안자는 일부 지역에서만 제공하는 '조부모 돌봄수당'을 전국으로 확대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진오 부위원장은 "제안자들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효성 있는 제안들이 많았다"며 "우수한 제안들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