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6.화.조간] 90세 이후에도 건강하게 사는 요인 찾는다. 「한국인 초고령자 코호트」 구축 본격화

90세 이후에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을 찾기 위해 국가 차원의 장기 연구가 시작된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인 초고령자 코호트' 구축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5일 밝혔다. 코호트는 특정 특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일정 기간 반복적으로 조사해 건강 변화, 질병 발생, 기능 저하 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파악하는 연구 방법이다.

이번 코호트는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평소 살던 곳에서 생활하며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유지되는 9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다.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옷 입기, 세수하기, 식사하기, 이동하기, 화장실 사용, 대소변 조절 등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는 2028년까지 약 1,000명 모집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 초고령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90세 이상 인구는 2020년 27만 4000여 명에서 2025년 37만 4000여 명으로 5년 새 약 10만 명(36.5%) 늘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2)는 90세 이상 인구가 2022년 약 27만 명에서 2052년 약 200만 명으로 7.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70대 인구(약 2.0배)와 80대 인구(약 3.2배)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국립보건연구원은 그동안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 노화심층 조사, 한국도시농촌어르신 연구, 노인노쇠코호트 연구 등을 통해 한국인의 건강 노화 및 노쇠 위험요인 파악을 위한 국가 연구 기반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주로 중장년층과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해 90세 이후 초고령층에 대한 연구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번 코호트는 빠르게 증가하는 초고령층의 건강 특성과 기능 유지·변화 등 성공적 노화의 결정 요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초고령자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생산하기 위해 추진된다.

본격적인 코호트 구축에 앞서 2025년 실시된 예비조사에서는 90세 이상 재가 노인 118명(평균연령 92.9세)을 대상으로 조사체계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예비조사 결과, 90세 이상 초고령자도 비교적 양호한 신체기능과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반면 일부 참여자는 노쇠, 영양 위험, 우울감, 외로움 등을 경험하고 있어 건강 상태와 생활 여건에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보행속도·균형·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등을 종합한 신체기능 평가에서 63.6%가 중간 이상 수준이었지만, 외로움 평가에서는 약 60%가 높은 수준의 외로움을 호소했다.

지역 간 차이도 두드러졌다. 서울 강남구와 강원도 평창군 거주 초고령자를 비교한 결과 신체기능과 기본 건강 수준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사회활동 참여, 디지털 기기 활용, 정서적 지원체계 등 사회환경 영역에서는 차이가 관찰됐다. 특히 스마트폰 보유율이 도시 지역이 농촌 지역보다 약 7배 높았고, 위기 시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농촌 지역에서 약 3배 높았다. 농촌 지역에서는 우울 위험과 자살 생각 경험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한 AI 안부전화를 활용한 비대면 건강 모니터링 가능성도 확인됐다. 참여율이 95% 이상으로 높았고, 스마트폰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전화 기반 음성 응답으로 참여할 수 있어 90세 이상 초고령자에게 적용 가능한 수단으로 평가됐다.

이번 예비조사는 일부 지역과 기관 참여자를 중심으로 수행돼 결과 일반화에 한계가 있지만, 이번 코호트 구축을 통해 대상자 규모와 지역 유형을 확대해 초고령자의 건강 변화와 사회환경적 요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코호트 기반조사에서는 초고령자의 건강 상태와 생활습관을 비롯해 걷기·근력, 기억력, 영양 상태, 마음 건강, 사회적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건강 노화에 관련된 생물학적 요인 분석을 위해 혈액·소변 등 인체자원도 수집한다. 추적조사를 통해 90세 이후 건강 유지와 기능 저하, 돌봄 필요 등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과정을 장기간 관찰할 예정이다. 구축된 데이터와 인체자원은 국내 연구자와 민간 분야에 개방돼 초고령자 건강관리, 노쇠 예방, 장기요양·통합돌봄 등 보건의료·돌봄 정책의 과학적 근거 생산에 활용된다.

일본, 미국, 중국, 호주 등 주요 국가들도 1990년대 전후부터 초고령자를 대상으로 장기추적 코호트를 운영하며 건강장수 요인, 치매, 노쇠, 인지기능, 사회적 고립 등을 연구해 왔다. 이번 한국인 초고령자 코호트가 구축되면 국제 비교가 가능한 한국형 연구 기반도 마련된다.

전재필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의료연구부장은 “90세 이상 어르신의 건강 변화를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장기 추적한다는 점에서 이번 코호트는 큰 의미가 있다”며 “국립보건연구원이 오랫동안 쌓아온 코호트 구축·운영 경험을 토대로 신뢰도 높은 국가 건강노화 데이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초고령사회 대응의 핵심은 오래 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질병관리청은 건강노화와 노쇠 예방, 돌봄 부담 완화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초고령사회 대응 정책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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