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 이주노동자가 110만 명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차별과 인권침해를 겪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국인에 비해 산재율이 높고 임금체불 등 기초 근로조건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최근에는 인권침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대책은 사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선제적 감독 실시, 권리구제 강화, 현장 인식 개선, 제도 개선 등 다섯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우선 인권침해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익명조사와 신고 체계를 대폭 강화한다. 이주노동자가 비자 연장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고를 꺼리는 점을 고려해, 익명 설문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감독과 연계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와 지방관서가 합동으로 취약사업장을 선정해 이주노동자 면담과 익명조사를 진행하고, 노무사가 사업장을 방문해 기초점검과 컨설팅을 제공하는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도 병행한다.
또한 외국인력상담센터와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를 통해 온·오프라인 익명신고 접수 창구를 새로 마련한다.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익명신고센터는 이주노동자의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보다 특화된 경로를 만들어 신고 문턱을 낮출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외국인 인권리더' 제도 신설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도가 높은 이주노동자를 인권리더로 지정해, 같은 배경을 가진 노동자들의 위험 사례를 파악하고 권리구제 절차를 안내하도록 한다. 올해 50명 규모로 시범 운영한 뒤, 내년에는 200여 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인권리더들은 국가별 커뮤니티,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등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취약사업장과 문제 상황을 포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선제적 감독도 강화된다.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하거나 이주노동자가 밀집한 화성, 인천, 안산 등 지역을 중심으로 5월 말부터 6월까지 약 1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획감독을 실시한다. 폭행과 괴롭힘에 특화된 감독으로, 익명조사나 인권리더를 통해 확인된 사례는 즉시 점검·감독으로 이어진다.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이 접수되거나 언론을 통해 인지되는 경우에는 바로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지역별로는 지방노동관서, 지방경찰청,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간 핫라인을 구축해 공조를 강화한다. 외국인근로자 폭행 등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사전·사후 정보 공유는 물론 검찰 송치까지 공동 대응한다.
권리구제 측면에서는 지방노동관서 내에 '이주노동자 전담팀'을 신설했다. 안산, 경기, 인천북부 등 이주노동자 밀집지역 관서 14곳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해 인권침해 사례 감독과 조사에 총력을 기울인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가해자와 분리 조치하고, 인근 쉼터 연계 및 신속한 사업장 변경을 지원한다. 아울러 공인노무사와 다국어상담원이 함께하는 '신고·상담의 날'을 운영해 신고 접근성을 높인다.
사업주와 관리자의 인식 개선도 핵심 과제다. 취약사업장을 '근로조건 자율개선사업' 대상에 포함시켜, 사업주가 스스로 이주노동자 고용실태를 점검하고 소통·갈등관리·인권보호 등 특화 컨설팅을 받도록 유도한다. 외국인 고용 사업주에게는 인권침해 사례와 제재 조치를 담은 안내문을 분기별로 정기 발송하고, 자치단체와 협력해 취약사업장 대상 기초노동법과 인권보호 교육도 실시한다. 민·관 공동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전개해 이름 부르기 운동, 작업복 나눔, 모국어 메뉴판 제공 등 일상 속에서 이주노동자를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시킬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재발을 막는다. 부당한 대우나 위험한 근무환경에 놓인 이주노동자가 원활하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도록 E-9 비자 대상 사업장 변경 제도를 개선한다. 장기적으로는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취업, 근로조건 개선, 산업안전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부처 간 정보 연계를 통해 전체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사각지대 없는 선제적 감독행정과 체류지원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