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는 5월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버려지는 커피찌꺼기, 쌀겨, 동물성 유지 등 식품산업에서 발생하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고품질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5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5년 동안 진행되며, 총사업비 487억 원(국고 375억 원, 민간 112억 원)이 투입된다.
지속가능항공유는 기존 석유계 항공유에 비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연료다. 현재 국내 항공유 수출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나, 향후 친환경 연료 전환이 가속화되면 기존 시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에 정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 감축·상쇄제도(CORSIA)가 2027년부터 의무화됨에 따라 선제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 SAF 생산은 폐식용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장기적인 원료 공급에 한계가 있다. 폐식용유는 수거량이 제한적이고 가격 변동성이 크며, 다른 국가와의 수급 경쟁도 치열하다. 이번 사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커피찌꺼기, 쌀겨, 폐표백토 같은 비동물성 폐자원과 소·돼지·닭 등 동물성 유지를 새로운 원료로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업은 크게 세 가지 과제로 나뉜다. 첫 번째 과제는 비동물성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연료화 기술 개발로, 주관 기관은 엘티메탈이다. 연구진은 하루 30톤 이상의 폐자원을 처리할 수 있는 전처리 공정을 구축하고, 저온·저에너지 방식으로 지질을 추출·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지질이 분리된 부산물에서는 바이오가스를 추가 생산해 전체 폐자원의 80% 이상을 재활용함으로써 자원 순환율을 극대화할 목표다.
두 번째 과제는 동물성 폐자원을 활용한 고품질 바이오연료 기술 개발로,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주관한다. 동물성 유지는 부패나 불순물, 산소 함량이 높아 기존 기술로는 고품질 연료로 만들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에너지 절감형 지질 추출 기술과 함께 무기 불순물과 산소를 제거하는 정제 기술을 개발해 공정 효율을 개선하고 SAF 생산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특히 동물성 유지는 사료나 비료로만 일부 활용되고 있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세 번째 과제는 원료별 전과정 환경성 인증·평가 기술 개발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이 맡았다. SAF의 탄소 감축 효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원료 수거부터 연료 생산, 사용까지 전 과정의 탄소 배출량을 정량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웹 기반 공급망 관리 시스템과 탄소발자국 자동 산정 기술을 개발해 국제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 환경성 평가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는 국내 업체가 해외 수출 시 필요한 인증을 신속히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착수보고회를 5월 27일 서울 서대문구 위드스페이스에서 개최한다. 보고회에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엘티메탈 등 연구 수행 기관과 관계 공공기관이 참석해 과제별 연구 계획과 추진 방향을 공유한다. 연구는 1단계(2026~2028년)와 2단계(2029~2030년)로 나눠 진행되며, 각 단계별로 중간 평가와 기술 실증이 이루어질 계획이다.
김고응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이날 "이번 연구개발 사업은 단순히 쓰레기를 처리하는 차원을 넘어 버려지던 자원을 국가 전략 산업의 핵심 원료로 탈바꿈시키는 순환경제 생태계 조성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산업의 탄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업계는 세계 항공유 수출 1위 국가로서 SAF 시장에서도 선도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원료 수급 안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현재 주요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은 자체 SAF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있으며, 한국이 뒤처지면 수출 시장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폐자원 기반 SAF 생산 기술이 확보돼 원료 다변화와 비용 절감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수송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는데, 항공 분야에서 SAF 사용이 확대되면 상당한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앞으로 5년간 연구개발을 통해 유기성 폐자원 순환이용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 국제 탄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착수보고회에서 나온 자문 의견을 반영해 5월 말까지 연구 내용을 보완한 후 본격적인 연구 수행에 들어간다. 이후 연차별 진도 관리와 현장 점검을 통해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연구 결과는 산업계 기술 이전과 상용화로 연결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관련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도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연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