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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험신문

[시론] 데이터 활용과 소비자보호 원칙

최미수 교수
최미수 교수

보험사의 공공데이터 활용은 혁신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보호의 문제다. 보험은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질병·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가입 여부와 보장 범위, 보험료가 결정되는 구조다.

보험사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먼저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가 분명해야 한다. 특히 의료데이터처럼 민감한 정보일수록 활용의 폭보다 보호의 기준이 앞서야 한다.

소비자가 걱정하는 바도 이것이다. 공공의료데이터가 보험 가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보험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더 많은 정보를 들여다보는 것은 아닌지, 데이터 활용 결과가 예상치 못한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이다. 실제로 관련 자료들도 보건의료 데이터 공유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로 정보유출 우려와 영리목적 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보험사 공공데이터 활용은 기술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공정성과 신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보험은 정보 비대칭이 큰 상품으로, 보험사는 데이터를 더 많이 알수록 유리해지는 반면 소비자는 자신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알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 공공데이터까지 결합된다면 소비자는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보험사의 데이터 활용은 허용 여부만으로 정당성을 얻을 수 없고,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보호 원칙하에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활용 소비자보호 원칙 첫 번째는 활용 목적의 정당성이다.

공의료데이터는 소비자를 배제하거나 일방적으로 선별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동안 일률적으로 판단되던 위험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필요한 보장을 보다 합리적으로 연결하는 데 쓰여야 한다.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유병자와 고령자의 보장 공백 완화, 건강위험 인수역량 강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더 많이 쓰는 일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더 공정하게 쓰는 일이다.

소비자보호 원칙 두 번째는 필요한 범위 안에서의 활용이다.

보험사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다고 해서 소비자의 모든 건강정보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필요한 항목만, 필요한 기간만, 필요한 목적에 따라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는 데이터 활용을 통제 불가능한 감시가 아니라 정당한 목적 아래 제한된 사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소비자보호 원칙 세 번째는 설명이다.

보험사는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사실만 알릴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왜 활용하는지, 그 결과가 가입 심사와 서비스 제공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소비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기준과 불투명한 판단 구조는 결국 불신을 키운다. 데이터 활용이 정교해질수록 설명은 더 쉬워져야 한다.

소비자보호 원칙 네 번째는 책임과 구제의 명확성이다.

관련 자료에서도 의료데이터는 민감정보이므로 가명처리, 비식별 조치, 재식별 방지, 접근통제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소비자보호 차원에서는 정보 유출이나 부당 활용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고 소비자가 어떤 절차를 통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도 분명해야 한다. 보호장치는 활용 이전의 보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되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지고 회복시키는 구조까지 갖춰져야 한다.

소비자보호 원칙 다섯 번째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이다.

데이터 활용은 기업의 효율성만 높여서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보험 가입 절차가 더 합리적으로 바뀌는지, 불필요한 서류 제출이 줄어드는지, 맞춤형 건강관리와 더 나은 서비스로 연결되는지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공공데이터 활용이 일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보험사 공공데이터 활용의 출발점은 혁신이 아니라 보호여야 한다. 소비자가 안심하지 못하면 어떤 데이터도 어떤 기술도 오래 갈 수 없다. 공정한 목적, 필요한 범위 안에서의 활용, 이해 가능한 설명, 분명한 책임과 구제, 체감 가능한 편익이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공공데이터 활용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보험사가 답해야 할 질문은 데이터를 얼마나 더 활용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소비자를 얼마나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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