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공공 데이터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술 발전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 신뢰의 문제로 재정립되고 있다. 특히 의료 정보처럼 민감한 자료일수록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를 먼저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보험 시장의 공정성과 직결된 과제다.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공공 의료 데이터가 보험 가입에 불리하게 작용하거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이다. 실제로 보건의료 데이터 공유가 더딘 배경에는 정보 유출과 영리 목적 활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보험은 정보 비대칭이 큰 상품인 만큼, 데이터 활용 폭이 넓어질수록 소비자의 경계심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보험사 데이터 활용이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다섯 가지 보호 원칙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첫째, 활용 목적은 소비자를 배제하거나 선별하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정확히 이해하고 합리적 보장을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둘째, 필요한 항목과 기간, 목적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셋째, 어떤 정보를 왜 활용하는지, 그 결과가 가입 심사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
넷째, 정보 유출이나 부당 활용이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와 구제 절차가 명확히 마련돼야 한다. 보안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후 회복 구조까지 갖춰져야 소비자가 안심할 수 있다. 다섯째, 데이터 활용이 가입 절차 합리화, 불필요한 서류 제출 감소, 맞춤형 건강 서비스 등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편익으로 이어져야 한다.
결국 보험사의 공공데이터 활용 출발점은 혁신이 아닌 보호여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소비자가 안심하지 못하면 어떤 데이터 기술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공정한 목적, 제한된 범위, 이해 가능한 설명, 명확한 책임, 체감 가능한 편익이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데이터 활용의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 보험사가 답해야 할 근본 질문은 데이터를 얼마나 더 활용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소비자를 얼마나 더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지로 전환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