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모두의 복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비전으로 내건 새로운 사회보장 기본계획 수정안을 내놨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5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5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주재하고,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될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 수정계획안을 심의했다. 이번 회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사회보장위원회로, 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관계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등 총 30인 이내로 구성되는 범정부 최고위 정책 조정 기구다. 이날 회의에 앞서 김 총리는 민간위원 위촉식을 열고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사회보장 시스템을 결정하는 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위원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당부했다.
회의에서는 모두 세 가지 안건이 다뤄졌다. 첫째는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 수정계획안, 둘째는 제6차 사회보장 재정추계, 셋째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제도 개편안이다. 각각의 안건은 모두 '모두의 복지'라는 정부 철학을 구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제3차 사회보장 기본계획 수정계획안은 3대 전략과 9대 중점과제로 구성됐다. 첫 번째 전략은 '국민의 삶을 지키는 소득 보장'이다. 구체적으로는 생계·의료급여 보장성을 확대해 기초생활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역 기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참여와 기여를 반영한 새로운 소득 모델 도입을 검토한다.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도 추진 과제에 포함됐다.
두 번째 전략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본서비스 강화'다. 국가와 지역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국민 중심의 의료·건강 서비스를 확립한다. 또한 지역에 기반을 둔 생활밀착형 일상공공서비스를 제공해 국민이 일상에서 복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세 번째 전략은 '미래를 대비하는 사회보장 기반 혁신'이다.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활용한 찾아가는 복지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지방분권 시대에 맞춰 균형 발전을 강화한다. 아울러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선제적 관리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이번 수정계획안이 5월 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발표된 후, 중앙부처의 연차별 시행계획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사회 보장계획과 연계해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수정계획안의 세부 내용은 국무회의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안건으로 논의된 제6차 사회보장 재정추계는 2026년부터 2065년까지 40년간의 사회보장 지출을 전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이번 추계는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OECD가 정의한 9대 사회복지지출 영역을 기준으로 산출됐다.
추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회보장 재정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026년 16.2%에서 2065년 27.0%로 약 1.7배 확대될 전망이다. 2040년에는 20.5%에 도달해 OECD 평균 수준(2022년 기준 20.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령과 보건 영역의 지출이 크게 증가하는 반면, 가족 영역은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노령 분야는 고령인구 비중 확대와 연금 수급자 증가로 2026년 GDP 대비 4.5%에서 2065년 11.8%로 증가한다. 보건 분야는 의료 이용 및 장기요양 수요 증가에 따라 같은 기간 5.8%에서 9.9%로 늘어난다. 반면 가족 분야는 저출생에 따른 아동·청소년 인구 감소로 2026년 1.8%에서 2065년 1.1%로 줄어든다.
지출 형태별로는 현금급여가 2026년 GDP 대비 6.7%에서 2065년 13.9%로, 현물급여는 같은 기간 9.5%에서 13.1%로 각각 증가할 전망이다. 현금급여 비중은 2026년 41.4%에서 2065년 51.4%로 높아지지만, 여전히 OECD 평균(2021년 기준 56.1%)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 전문가 중심의 논의 체계인 '사회보장 재정 포럼'을 통해 심층 분석과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의료 지출 증가가 사회보장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재정 안정화와 지출 효율화 방안을 함께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 번째 안건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협의제도 개편안이다. 그동안 모든 사회보장사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사전협의 절차를 전면 개편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높이고, 주민들에게 필요한 복지 혜택이 더 신속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개편 내용을 보면 첫째, 지자체 공무원이 복지 정책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지역 전문가가 직접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한다. 전문가 의견을 충실히 반영한 사업은 협의 기간을 30일 이내로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둘째, 주민 생활과 밀착된 소규모·일회성 사업은 지자체가 먼저 시행한 뒤 사후에 보고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업들은 표준 모델을 만들어 행정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셋째, 공무원들이 지역 특성에 꼭 맞는 우수한 사업을 만들 수 있도록 표준 설계 지침을 제공한다. 특히 다양한 복지 데이터 공유체계를 구축하고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해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이고 정교한 정책 수립을 지원한다.
넷째, 국가복지체계 정합성 유지가 필수적인 사업 외에는 지자체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하는 '네거티브 협의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한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민석 총리는 "제3차 기본계획 수정계획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안정적인 재정 뒷받침과 함께 다른 위원회·기본계획과의 연계성 및 정합성을 세심히 살펴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주는 정책인 만큼 신중하면서도 신속하게 추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회보장위원회는 제6기 위원회의 첫 회의이기도 하다. 사회보장위원회는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출범해 지금까지 6기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국무총리를 포함해 정부위원 15명과 민간위원 15명 등 총 30인 이내로 구성되며, 교육부장관과 보건복지부장관, 기획예산처장관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정부는 이번 수정계획이 확정되면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협력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펼쳐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