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두산(이하 두산)이 시스템 개발 및 관리(SI)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제때 발급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억 3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은 2022년 1월 2일부터 2024년 10월 21일까지 182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하도급대금 등 법정 기재사항을 담은 계약 서면을 용역 수행 시작일까지 발급하지 않았다. 이 중에는 용역 시작 후 최대 291일이 지나서야 서면을 발급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행위로, 법은 수급사업자가 용역을 시작하기 전에 원사업자가 계약 내용을 명확히 기재한 서면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 SI 시장은 2025년 기준 총생산액 56조 원으로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57.5%를 차지하며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6.58%씩 성장해 왔다. 특히 대기업이 주축이 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내부거래 비중이 60.7%(12.3조 원)에 달할 정도로 SI 분야는 내부거래가 활발하지만, 외주용역 위탁 시 계약 서면을 제대로 발급하지 않는 관행이 만연해 왔다. 이에 공정위는 2016년부터 업계 상위 SI 업체들의 하도급 거래 관행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왔다. 2020년에는 매출액 상위 30위 이상 사업자 중 4개사를, 2022년에는 매출액 1000억 원 이상 사업자 중 5개사를 조사해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바로잡은 바 있다. 2024년 10월에는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5개 SI 업체를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번 두산 사건 처리를 끝으로 5개 사건 모두 마무리되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세 가지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다. 첫째, 서면 미발급 행위다. 두산은 182개 수급사업자에게 516건의 SI 용역을 위탁하면서 계약 서면을 평균 26일, 최장 291일이나 지연해 발급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계약 1,473건의 35%에 해당하며 관련 하도급대금만 408억 원에 달한다. 두산의 2023년 매출액이 9870억 원인 데 반해 수급사업자들의 평균 매출액은 125억 원에 불과해 규모 차이가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공정위는 위반 기간이 2년 8개월 이상 장기간 지속되었고, 거래 규모가 큰 점을 감안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둘째, 불완전한 서면 발급 행위다. 두산은 13개 수급사업자와 체결한 18건의 계약에서 하도급대금을 중간 검수 후 나누어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정확한 지급기일이나 검수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중간검수 완료 후'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예를 들어, 기본거래계약서에 대금지급조건을 '세금계산서 발행 익월 21일 지급'으로 적었지만, 과업지시서에서는 중도금 지급 조건을 '1차 중간검수 완료 후', '2차 중간검수 완료 후' 등으로만 기재해 구체적인 시점을 알 수 없도록 했다. 공정위는 이 행위가 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계약서에 지급 시기와 횟수, 금액은 기재되어 있어 위법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해 경고 조치했다.
셋째, 서류 보존 의무 위반이다. 하도급법에서는 거래 종료 후 발생할 분쟁에 대비해 계약 관련 서류를 3년간 보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두산은 9건의 SI 하도급 거래에서 과업지시서(최종 산출물 내용, 검사 시기와 방법 등이 기재된 문서)를 보존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미보존된 서류가 과업지시서에 한정되고 계약서 등 다른 서류를 통해 주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 역시 경고 조치로 처리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SI 업계에서 오랜 기간 지속된 서면 미발급 관행을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원사업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시스템 통합 분야는 첨단산업의 핵심으로,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확립되어야 수급사업자의 권익이 보호되고 산업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전문적인 조사 역량을 투입해 불공정 관행을 지속적으로 시정하고, 법 위반 시 엄중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으로 두산은 시정명령을 이행하고 과징금을 납부해야 한다. 두산은 1933년 설립된 정보시스템 개발 및 유지보수 업체로, 2024년 말 기준 자산총액 5조 535억 원, 매출액 1조 664억 원 규모의 대기업이다.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대기업과 중소 수급사업자 간의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는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