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아닌 기술 인프라의 진화가 보험업계의 미래를 바꾸려 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AI) 개발 환경 구축을 위한 첫 단계로 입찰 공고를 지난달 23일 마쳤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시스템 전환을 넘어, 보험 업무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한 기반 마련이라는 평가다. 특히 AI 모델의 개발, 학습, 테스트, 배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보험업계의 AI 도입은 주로 특정 업무에 한정된 개별 시범 프로젝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보험개발원의 이번 계획은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작업에 AI를 조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상품 코드 자동 생성, 차명 식별 자동화 등 정형 업무의 효율화뿐 아니라, 다양한 위험평가 모델의 지속적 개발과 성능 검증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AI를 특정 부서의 도구가 아닌, 조직 전체의 운영 체계로 전환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다.
이 같은 추진은 최근 금융당국의 망분리 규제 완화와 맞물려 의미가 깊다. 금융위원회가 2024년 8월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 이후, 내부망에서 클라우드 기반 SaaS 활용이 점차 허용되며 기술 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행된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도 업무용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도입을 용이하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다만 개인정보와 신용정보 보호를 위한 엄격한 보안 기준은 유지되고 있어, 개발원 역시 외부 클라우드와의 접속 구조에 별도 보안 체계를 설계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프라 구축이 보험산업의 기술 생태계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클라우드 기반의 유연한 컴퓨팅 자원은 대규모 AI 모델 학습을 보다 현실적으로 만들고, 개발·배포 프로세스의 표준화는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는 입찰 준비 단계일 뿐이지만, 향후 AI 기술의 안정적 검증과 확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보험산업의 전반적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