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의 눈 보험사, ‘돌봄 공백’ 메워야
한국이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지만 고령자의 돌봄은 여전히 가족, 병원, 요양기관 사이의 ‘공백 시간’에 놓여 있다. 장기요양보험과 통합돌봄 제도가 확대되고 있지만 야간 돌봄, 병원 동행, 퇴원 직후 생활지원, 복약 관리, 안부 확인 등 생활밀착형 수요는 공적 급여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0.3%이며,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에는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와 본인부담금도 모두 증가하며 의료비와 돌봄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에 진입했다.
보건복지부는 3월 27일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 시행하며 의료·요양·생활지원을 연계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돌봄 공백의 핵심은 ‘서비스의 유무’가 아니라 ‘필요한 시점과 서비스의 불일치’다.
보험연구원은 ‘2026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서 공적 급여가 필수 돌봄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시간·범위·한도 밖의 비급여 생활돌봄 수요가 구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동행, 장시간 돌봄, 퇴원 후 관리, 야간 대응, 복약 관리, 안부 확인 등은 재가급여 범위를 벗어나거나 한도를 초과하는 대표 영역으로 지목된다.
이 공백은 결국 가족에게 전가된다. 보험연구원은 재가요양 서비스의 한계가 비공식 돌봄 의존을 확대시키고, 가족돌봄취업자의 노동시장 이탈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 문제가 개인을 넘어 가계 소득과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고령자 빈곤 문제가 겹친다. OECD는 한국의 65세 이상 상대빈곤율을 40%로 제시하며 주요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이 낮은 고령자는 비급여 돌봄을 선택하기 어렵고, 결국 가족 의존이나 병원·시설 중심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지점에서 보험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은 ‘현금 보장’에서 ‘서비스 보장’으로의 전환이다. 고령자가 위험 상황에 놓였을 때 단순히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돌봄 서비스를 연결하고 비용을 보장하며 보호자와 의료·요양기관까지 이어주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SOMPO그룹은 요양시설과 재가돌봄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며 ICT 기반 돌봄 기술을 결합하고 있다. 보험금 지급을 넘어 고령자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사업 구조로 확장한 사례다.
국내에서도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험연구원은 퇴원 후 재가 지원, 병원 동행, 복약 알림, 비상 대응, 가족돌봄 지원 등을 보험상품과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은 사후 보상 기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고령자가 집에서 더 오래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예방형 돌봄 서비스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 특약 확대나 형식적인 헬스케어 서비스로는 부족하다. 실제 지역 돌봄 공급망을 구축하고 방문요양·간호·재활·병원동행·생활지원 서비스를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동시에 고령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복잡한 앱 중심이 아닌 음성 기반 안부 확인, 생활 정보 전달, 보호자 알림 등 낮은 진입장벽 설계가 요구된다.
결국 돌봄 공백은 복지의 한계이자 보험의 새로운 시장이다. 공공이 기본 안전망을 구축하고 보험이 비급여 영역과 공백 시간을 메우는 구조로 역할이 재편될 때, 고령자의 삶은 병원과 시설 밖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서 보험사가 대응해야 할 시점은 ‘보험금 지급 이후’가 아니라 ‘그 이전의 생활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