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해운 산업이 손을 맞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키우기 위한 민관 협력체계가 본격 가동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4월 28일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조선-해운 상생발전 전략협의회' 출범식을 열고, 양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끌 차세대 전략 'W.A.V.E.'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황종우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가스공사,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해운협회, 주요 조선사와 해운사 대표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2위의 조선 수주 점유율과 4위의 해운 선복량을 갖추고도 두 산업 간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에서 건조한 선박으로 국적 화물을 운송하는 해상 공급망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에 따라 조선사, 해운사, 정부,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전략협의회가 내세운 W.A.V.E. 전략은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 'W(World Top Class)'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과제다. 둘째 'A(Alliance)'는 조선과 해운 전반에 걸친 폭넓은 산업 연계 동맹을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 'V(Vessel production)'는 국적 선대를 확충하고 국내 조선소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다. 넷째 'E(Ecosystem)'는 지역경제 기반의 상생 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양 업계는 이 전략 아래 4개 분야별 세부 과제를 신속히 발굴하고, 연말까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전략협의회는 기술 개발, 실증, 발주, 금융, 제도 개선 등 주요 현안별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상시 운영하고, 분기별 정례회의에서 정책 건의까지 연계하는 실질적 협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출범식에서는 첫 번째 협력 성과로 '대한민국 조선·해양클러스터 발전을 위한 국적선 공동발주 선언문'이 채택됐다. 이는 최근 고려해운이 1,9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HMM이 2,800TEU급 컨테이너선 10척을 HD현대중공업에 공동 발주한 사례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내 해운사는 경제적인 선가로 최신 기술을 적용한 선대를 확보할 수 있고,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는 안정적인 일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날 조선 3사(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한국가스공사, 한국해운협회는 'LNG 수송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LNG 운송 체계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협력이다. 조선사, 가스공사, 해운사가 공동으로 노력해 국내 LNG 수송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된다. 산업부와 해수부는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 예산 지원, 실증 기반 조성, 지역 산업 연계 등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두 부처는 공동으로 운영 중인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기업 수요를 반영해 6,000억 원 규모의 AI 완전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 사업을 올해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암모니아 추진, 전기 추진 등 친환경 선박과 LNG 화물창 국산화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을 위해 산업부는 핵심 기술 개발을, 해수부는 실증 수요 발굴을 각각 지원하기로 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MASGA)에서도 해운과 항만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조선과 해운은 국가 경제안보 산업으로서 개별 산업 차원을 넘어 수요와 기술, 실증과 제도 개선을 함께 설계하고 추진하는 실행형 협력체계를 본격 가동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W.A.V.E. 전략을 바탕으로 조선과 해운이 다가오는 번영의 파도를 타고 함께 도약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 발주와 미래 선박 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강화 등 오늘 발표된 협력 노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수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해운과 조선은 국가 경제와 수출입 물류를 지탱하는 핵심 파트너로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발전해 왔다"며 "이번 전략협의회 출범은 양 산업이 강력한 민관 원팀으로 거듭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 에너지 안보 등의 분야에서 산업부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동발주 선언문에는 다섯 가지 핵심 약속이 담겼다. 첫째, 공동발주 확대를 통해 국내 조선소의 다양한 선종 건조 역량과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운업계의 안정적 일감 창출에 기여한다. 둘째,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산업까지 연계되는 실질적 공동발주 모델을 활성화한다. 셋째, 표준 선형 개발, 발주 절차 효율화, 정보 공유 체계 구축 등 협력 생태계를 강화한다. 넷째, 금융·보증 지원, 세제 인센티브, 규제 개선 등 정책적 기반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력한다. 다섯째, 부산·울산·경남 및 서남권 지역의 중소 조선소와 기자재 산업을 포함한 대한민국 조선해운클러스터 전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체계를 공고히 구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