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중동 정세 불안과 관련한 ‘금융시장반’ 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대응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회의에는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IBK자산운용 등 시장안정프로그램 운영기관,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산업·금융시장 전문가들이 함께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먼저 중동 상황 이후 채권시장과 자금시장의 움직임을 살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부담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기대가 조정되면서 글로벌 금리가 오름세를 보였고, 국내 시장금리도 덩달아 상승했다. 실제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2.95% 수준에서 지난 7일 3.45%까지 올라 약 0.5%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회사채(AA- 등급) 금리도 3.48%에서 4.11%로 상승 폭이 더 컸다.
다만 시장의 위험 지표로 여겨지는 신용 스프레드(회사채와 국고채 금리 차이)는 아직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 7일 기준 회사채 스프레드는 65.6bp(1bp=0.01%포인트)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 137.5bp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참석자들은 정부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이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영된 덕분에 시장 충격이 효과적으로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 달간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이 총 2조4200억원어치 매입됐다. 이는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이며, 평상시인 2023~2025년 월평균 8900억원의 약 2.7배에 달하는 적극적인 매입 실적이다. 특히 지원 대상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시장의 취약한 부분을 두텁게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2023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매입을 재개했고, 신용등급이 낮은(BBB 이하)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P-CBO(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도 올해 들어 처음 발행에 착수하는 등 집행 속도를 높였다.
신진창 사무처장은 시장안정프로그램 운영기관들의 노고를 격려하면서, 중동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시장 금리가 높아져 기업들의 실질적인 자금조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장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사소한 변수에도 금리와 스프레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4월에도 시장안정프로그램의 적극적인 집행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유가 상승 등 에너지·공급망 위기에 영향을 받는 취약 산업군의 자금조달 지원에 더욱 신경 써 달라고 덧붙였다.
또한 신 사무처장은 중동 상황 전개에 따라 채권시장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시장안정프로그램 지원 규모를 즉각 늘릴 수 있도록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앞서 지난 5일 대통령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참석자들은 중동 상황이 산업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상승과 에너지 공급망 교란을 불러와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는 복합위기라고 진단하면서, 이런 실물 부문 충격이 금리와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을 촉발하고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를 높이는 등 금융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따라서 중동 정세에 민감한 취약 산업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해당 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을 면밀히 분석해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진창 사무처장은 실물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금융권이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 금융권과 협력해 중동 수출 기업 지원과 석유화학 등 피해 업종의 애로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위기가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했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위기 상황에서야말로 우리 금융권의 진정한 위기관리 역량이 드러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정부, 중앙은행, 정책 유관기관, 민간 금융권 모두 합심해 잠재적 취약 요인(hidden risk)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관계기관과 함께 중동 상황과 관련한 24시간 시장 모니터링 체제를 계속 운영하면서 ‘금융부문 비상대응 TF’ 산하 ‘금융시장반’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