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각종 규제 가운데 기업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숨은규제' 251건을 대대적으로 손질한다. 재정경제부는 4월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공공기관 109곳이 참여한 '기업 현장 공공기관 숨은규제 합리화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숨은규제는 행정규제기본법상 공식 규제는 아니지만 업무 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 실질적인 부담을 주는 규제를 말한다. 정부는 민생경제 회복 차원에서 재정경제부, 공공기관,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협력해 현장의 애로를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합리화 방안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뉜다. 사업·입지 등 진입규제 44건, 기술개발 부담경감 및 지원 확대 39건, 조달방식 합리화 등 애로 해소 123건, 기업 관련 업무처리절차 간소화 45건이다.
진입규제 분야에서는 액화수소 충전시설 설치 기준이 완화된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방출구 위치 제한과 사업소 경계 거리 기준을 완화해 기업 부담을 덜기로 했다. 현재 액화수소 충전시설은 기체수소 충전시설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거리 기준 특례도 버스 차고지에 한정돼 있었다. 또 한국남부발전 등 6곳은 발전 기자재 공급자 자격심사에서 부도나 화의(기업 회생 절차) 관련 감점 항목을 삭제해 재도전하는 기업의 기회를 확대한다.
기술개발 부담 경감 분야에서는 한국환경공단이 물 산업 관련 시험·검사 수수료 감면 대상을 확대한다. 기존 물산업클러스터 입주기업에서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넓혀 중소기업은 40%, 중견기업은 20%의 수수료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5곳은 자체 상생협력기금을 활용해 중소기업의 인공지능 전환 비용을 지원한다.
조달·입찰 분야에서는 납품대금 연동제 체결 대상이 확대된다. 주식회사 에스알 등 7곳은 계약 시 납품대금을 원자재 가격 등에 연동하는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산하기관에 컨설팅도 지원한다. 한국가스공사 등 6곳은 물품 제조·구매 계약의 하자보수보증금률을 조달청 기준과 같이 5%에서 3%로 인하한다.
업무절차 간소화 분야에서는 공공기관 입점기업의 판매대금 지급기간이 단축된다. (주)공영홈쇼핑 등 2곳은 정산마감일 이후 10일에서 2일로 줄여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의 출자지분 변경 시 사전승인 기준을 현행 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이번 과제들이 공공기관별로 내부 절차를 거쳐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시행되도록 하고, 2026년 하반기에는 이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 규제개선 소통창구인 '기업성장응답센터'를 확대해 앞으로도 숨은규제 발굴과 개선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기관이 자체 규정으로 운영해온 각종 제한과 절차가 기업 활동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면적으로 재검토한 결과다.
특히 조달·입찰 분야에서 123건으로 가장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인지세 납부 부담 완화, 제안요청서 설명회 참석 의무 폐지, 입찰보증금 감면, 수의계약 가이드라인 마련 등 중소기업이 조달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진입규제 분야에서는 고속도로변 주택사업 방음시설에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용하고, 온라인비디오물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지정 기준을 개선하는 등 신산업 진출을 지원하는 과제도 포함됐다. 환경정책자금 융자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창업기업의 매출채권보험 지원 요건도 완화했다.
기술개발 지원 분야에서는 중소기업 기술임치 수수료 지원 확대, 글로벌 공동연구 법률검토 지원, 상표가치평가 실무가이드 개발·보급, 저금리 대출 지원 대상 확대 등이 추진된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용 데이터 취득장치 개발 부담을 줄이고 공동 연구개발 과제의 절차도 간소화한다.
업무절차 간소화 분야에서는 관광기업 혁신바우처 지원사업 서류 제출을 간소화하고, 혁신·성장기업 특례지원제도 의결 요건을 합리화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규제 신속확인 지원 서비스도 도입해 기업의 규제 대응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민생경제 회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공기관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숨은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