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위원장 이연임)가 3월 19일(목) 제5차 회의를 개최해 HS효성첨단소재, LG전자, 포스코퓨처엠, NAVER, 우리금융지주, POSCO홀딩스, 고려아연,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KT&G, 신한금융지주, 하이트진로, 한솔케미칼 등 13개 상장사의 다가오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결정했다. 이 결정은 국민연금이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주주 권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각 회사의 주총 안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대부분의 기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과 일부 정관 변경 등은 찬성하기로 했으나, 이사 선임, 보수 한도 승인, 정관 변경 일부 등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안건에서는 반대 또는 미행사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는 최근 상법 개정으로 강화된 소수주주 권익 보호 취지와 기업의 경영 투명성, 주주 가치 제고를 고려한 판단이다.
먼저 HS효성첨단소재의 주주총회(3월 20일) 안건 중 제2-5호 정관 변경안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됐다. 이 안건은 이사 정원을 줄이는 내용으로, 집중투표제(소수주주가 특정 이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의결권을 집중하는 제도) 청구 가능성을 약화시켜 상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제2-6호 정관 변경안도 이사 임기를 임의로 단축할 우려가 있어 반대 대상으로 꼽혔다.
또한 HS효성첨단소재 제3호 이사 선임안 중 조현상 후보에 대해서는 과도한 겸직과 과거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어 반대하기로 했다. 제6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역시 보수 금액이 경영 실적에 비해 적정하지 않다는 판단으로 반대됐다. 반면 재무제표 승인 등 다른 안건은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됐다.
NAVER의 주주총회(3월 23일)에서는 제5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는 보수 수준이 회사의 경영 성과를 고려할 때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재무제표 승인과 정관 변경 등 나머지 안건은 찬성으로 결정됐다.
고려아연 주주총회(3월 24일)는 집중투표제 관련 안건이 주목됐다. 제3호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 건에서 '이사 5인 선임'과 '이사 6인 선임'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집중투표제 의결권은 주주 제안 후보인 Walter Field McLallen(주주제안자 Crucible JV LLC), 최연석·최병일·이선숙(주주제안자 와이피씨, 영풍,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게 각 제안자에 따라 의결권의 1/2씩 나누어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회사 측 후보인 최윤범, 황덕남, 박병욱 이사 후보에 대해서는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이력으로 '미행사'하기로 했고, 감사위원회 위원 후보 김보영과 이민호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다. 재무제표 승인 등 다른 안건은 찬성됐다.
금융지주사들의 주총에서도 이사 관련 안건에 대한 신중한 결정이 나왔다. KB금융지주(3월 26일) 제8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은 보수 금액이 경영 성과 대비 과다하다는 이유로 반대됐다. 신한금융지주(3월 26일) 제4호 진옥동 이사 후보 역시 기업 가치 훼손 이력으로 반대 대상이다. 이들 회사의 재무제표 승인 등 나머지 안건은 찬성됐다.
하이트진로 주주총회(3월 26일)에서는 제2-3호 정관 변경안(이사 정원 축소)에 반대하기로 했다. 이는 집중투표제 약화 우려 때문이며, 제4호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도 경영 성과 대비 부적정으로 반대됐다. 다른 안건은 찬성이다.
한솔케미칼(3월 26일) 제7호 2020년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방법 변경안과 제8호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안에 반대 결정이 내려졌다. 위원회는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자사주를 사용하는 것이 과거 자사주 취득 시 주주 가치 제고 목적 공시와 맞지 않는다고 봤다. 재무제표 등 다른 안건은 찬성됐다.
반대로 LG전자(3월 23일), 포스코퓨처엠(3월 26일), 우리금융지주(3월 23일), POSCO홀딩스(3월 24일), 하나금융지주(3월 24일), KT&G(3월 26일) 등 6개사의 주주총회 안건은 회사 측 제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결정됐다. 이는 해당 회사들의 안건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단순한 투자자에서 적극적인 주주로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기업의 건전한 지배구조를 통해 장기적인 국민연금 수익률 제고와 소액주주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사한 기준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각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표심이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