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 감독 당국 간의 협력 강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바젤은행감독위원회(GHOS)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28개국 금융규제 기관의 수장들이 대거 참여하며, 바젤III 규제의 이행 현황과 은행권의 가상자산 노출 리스크에 대한 공동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전 세계 주요 금융시장의 약 75%가 바젤III 규제를 이미 도입하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 시스템의 취약성이 재조명되며, 규제의 공정성과 일관성 확보 필요성이 강조됐다. 특히 BCBS는 은행의 가상자산 보유에 따른 건전성 기준과 글로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G-SIBs) 평가 체계의 개선안을 최종 승인하며, 리스크 프레임워크의 정교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회의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유럽 금융 당국과도 폭넓은 논의를 이어갔다. 10일에는 유럽보험연금감독청(EIOPA)의 페트라 힐케마 의장과 만나 보험·연금 분야 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고령화와 기후 리스크 대응 전략뿐 아니라, 한국과 EU 간 재보험 규제 동등성 평가의 원활한 진행 필요성에 공감했다.
재보험 규제 동등성 인정은 국내 보험사가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동등성 확보 시 별도 인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져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국제보험감독자협의회(IAIS)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규제 조화와 감독 협력 강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일련의 외교적 행보는 한국이 국제 금융 감독 네트워크에서 전략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 안정을 위한 공조 메커니즘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한국의 정책 대응 능력에 대한 신뢰도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