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은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에 자리한 '안동 학남고택'을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했다. 풍산김씨 집성촌인 안동 오미마을 안에 위치한 이 고택은 260여 년간 이어온 전통 뜰집으로, 독특한 건축 형태와 방대한 유물, 독립운동가 배출 등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를 통해 민속문화유산의 체계적 보존과 활용을 강화할 계획이다.
안동 학남고택의 역사는 1759년 김상목(1726~1765)이 안채(ㄷ형)를 건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김상목의 손자인 학남 김중우(1780~1849)가 1826년 사랑채와 행랑(ㅗ형)을 증축하면서 현재의 '튼ㅁ자형' 뜰집 형태가 완성됐다. 안동 지역의 전형적인 ㅁ자형 뜰집 유형에 속하지만, 안채와 사랑채가 연결되지 않고 시대를 달리해 지어진 점이 차별화된 특징이다. '튼ㅁ자형'은 ㄷ자와 일자형, 또는 ㄱ자와 ㄴ자형이 결합해 모서리가 터진 ㅁ자 평면을 이루는 구조를 말한다. 이러한 독특한 평면 구성과 배치는 안동 지역 고택 건축의 변천 과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고택에서 보관됐던 유물은 총 10,360점에 달한다. 문중에 전래된 고서 630종 1,869책, 고문서 39종 8,328점, 서화류 115점, 어사화 등의 민속품이 포함돼 있다. 이 유물들은 현재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돼 관리되고 있으며, 학남의 아들 김두흠(1804~1877), 김두흠의 손자 김병황(1845~1914), 김병황의 아들 김정섭(1862~1934) 등이 남긴 일기들은 특히 소중하다. 이 일기들은 19세기 안동의 선비문화가 변모하는 과정과 풍산김씨 가문의 생활문화를 생생히 기록한 자료로, 역사 연구에 귀중한 가치를 제공한다.
학남고택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근대화와 독립운동의 산실이기도 하다. 김정섭(1862~1934), 김이섭(1876~1958), 김응섭(1878~1957) 형제는 풍산읍 오미마을의 근대화와 항일투쟁, 구국활동에 앞장선 대표적 인물들이다. 특히 김응섭은 상해 임시정부 법무장관 등을 역임한 독립운동가로, 그의 저서 『칠십칠년회고록(七十七秊回顧錄)』은 일제강점기 시대 상황과 인물들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문헌이다. 이 회고록은 한국 독립운동사 연구에 핵심적인 자료로 꼽힌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 예고와 관련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국민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후 문화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의 최종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정이 확정되면 체계적인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지자체와 협력해 역사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안동 학남고택은 후세대에 민속문화유산의 가치를 전하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안동 학남고택의 지정 예고는 국가유산청의 문화유산 보존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 고유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6년 3월 11일 발표된 이 소식은 문화유산 보호 정책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