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기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주문 해설
이 판결은 제주지방법원 형사부(2024.7.4. 선고 2023노878)가 내린 상고심 판결로, 피고인(○○○ 금융판매 △△총괄 □□지사장)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원심(제주지법 2023.11.29. 선고 2023고정80)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피고인은 보험설계사인 공소외 1과 계약자(공소외 2)와 공모해 피해자 메리츠화재보험을 기망하여 보험금을 취득한 혐의를 받았으나, 법원은 기망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무죄를 선언했다. 이는 보험사기 혐의에서 기망행위의 핵심 요소인 '허위성'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보험회사의 약관 설명 의무 위반이 무죄의 주요 근거가 되었다. 판결 결과, 피고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면제되며, 보험금 지급은 이미 이루어진 상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보험 실무에서 유사 사례의 방어에 활용될 수 있다.
1. 사건 개요
피해자 메리츠화재보험(이하 '피해자 회사')은 실손 의료비보험과 어린이보험 상품을 판매하며, 계약자 공소외 2(피고인의 보험고객, 공소외 3의 어머니)가 2019년 5월 10일경 아들인 공소외 3(미성년자)을 피보험자로 하여 '(무)메리츠 실손 의료비보험'과 '(무)내Mom같은 어린이보험'에 가입하였다. 가입 당시 보험료는 표준 실손의료보험으로, 상해입원 의료비, 비급여 주사료, 수술비 등을 보장하는 내용이었으며, 총 보험금 지급 한도는 입원일당 5만 원(실손의료비)과 수술비 150만 원(어린이보험) 등으로 구성되었다. 보험계약 체결 시점은 2019년으로, 도로교통법 개정(2020.6.9.) 이전이었다.
2021년 11월 26일경, 피보험자 공소외 3은 최근 구입한 전동킥보드를 운행 중 경북 구미시 불상 장소에서 도로에 넘어져 폐쇄성 요골 머리 골절상(진단명: 폐쇄성 요골 머리 골절, KCD 코드 S52.3)을 입고 병원에서 응급초진 및 입원 치료를 받았다. 치료 기간은 입원 5일 정도로, 응급초진 차트에는 전동킥보드 운행 중 사고로 명시되어 있었다. 이후 계약자 공소외 2는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보험설계사 공소외 1(메리츠화재 소속)에게 서류를 제출하였고,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이를 전달하였다. 피고인은 2021년 12월 28일경 피해자 회사에 상해 발생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허위 기재하고, 응급초진 차트를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피해자 회사는 청구를 검토한 후 2021년 말경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며, 지급 내역은 상해입원의료비 766,381원, 비급여주사료 384,464원(실손의료비보험), 수술비 등 1,590,000원(내Mom같은 어린이보험)으로 총 2,740,845원이었다. 그러나 이후 피해자 회사는 이 청구가 전동킥보드 사고로 인한 것으로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부보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피고인과 공모자들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고발하였다. 검사는 피고인, 공소외 1(설계사), 공소외 2(계약자)가 공모하여 피해자 회사를 기망했다고 보고 기소하였으나, 원심은 유죄를 선고하였고,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2. 양측 주장
검사(피해자 회사 측) 주장
검사는 피고인이 보험설계사 공소외 1과 계약자 공소외 2와 공모하여 전동킥보드 운행 중 발생한 상해를 단순 '넘어져서 다침'으로 허위 기재하고 응급초진 차트를 누락시킴으로써 피해자 회사를 기망했다고 주장하였다. 전동킥보드는 보험약관의 '이륜자동차 운전 중 상해 부보장 특별약관'(이하 '특별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제한되는 사유에 해당하며, 계약자 공소외 2는 원래 설계사 공소외 4로부터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청구를 진행했다고 보았다. 이로 인해 피해자 회사가 오인하여 274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었으며, 이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제2조 제1호 및 제8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보험사기 행위라고 단정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지사장 직위상 보험약관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고려할 때 고의가 명백하다고 주장하였다.
피고인 주장
피고인은 보험금 지급 제한 사유에 전동킥보드가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해 발생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기재한 것이 허위가 아니라고 반박하였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2019년)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이륜자동차'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으며, 2020년 개정 이전에는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되지 않아 특별약관의 적용 대상이 모호하다고 보았다. 피해자 회사가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전동킥보드 사고의 비보장 여부를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피보험자의 고지의무도 발생하지 않았다. 설령 기망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보험금이 정상적으로 지급될 상황이었으므로 처분행위(보험금 지급)와의 인과관계가 없고, 피고인에게 사기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로 원심을 파기해야 한다고 상고하였다.
3. 쟁점 사항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인의 행위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기망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이는 (1) 상해 발생 원인 허위 기재의 '허위성' 인정 여부, (2) 전동킥보드가 보험약관의 '이륜자동차'에 포함되는지, (3) 보험회사의 설명 의무 이행 여부, (4) 기망과 보험금 지급의 인과관계 및 고의 성립 여부로 요약된다.
특히 관련 약관 조항을 상세히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보험 보통약관 제16조: "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는 계약기간 중에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 이를 지체 없이 피해자 회사에 알려야 한다." 이는 상법 제652조 제1항(보험기간 중 위험 증가 사실 통지 의무)을 구체화한 것으로, 피보험자의 고지의무를 규정한다.
특별약관 제2조: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이륜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발생한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상해사고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통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이륜자동차’라 함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정한 이륜자동차로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를 말한다." 이 조항은 보험금 지급 제한을 명시하나, '이륜자동차'의 정의가 자동차관리법에 기반하므로 전동킥보드의 포함 여부가 쟁점이다.
추가로, 구 도로교통법(2020.6.9. 개정 전) 제2조 제19호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배기량 125cc 이하 이륜자동차 및 소형 원동기 차로 한정하였으나, 전동킥보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었고, 개정 후(제2조 제19호의2) '개인형 이동장치'(시속 25km 이상 운행 시 전동기 정지, 중량 30kg 미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2조의3 제1호로 전동킥보드 지정)를 신설하여 자전거와 준하는 취급(제2조 제21호의2, 제13조의2, 제80조 제1항 단서)을 받도록 하였다. 이 법 개정 경과는 보험계약 시점(2019년)의 모호성을 강조하며, 피해자 회사가 2021년 5월 보통약관을 개정하여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전동기로 작동되는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로 명시한 점도 쟁점으로, 사후 개정이 계약 시 설명 부족을 시사한다.
4. 법원 판단
4-1. 약관 해석
법원은 특별약관의 '이륜자동차' 정의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조에 따라 엄격히 해석하였다. 계약 시점(2019년)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5호는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로 규정하나, 전동킥보드는 배기량·출력·중량 기준에서 이륜자동차나 원동기장치자전거(구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 배기량 125cc 이하 이륜 또는 5cc 미만 원동기 차)에 부합하지 않았다. 전동킥보드는 개정 도로교통법(2020.6.9.)에서야 '개인형 이동장치'로 별도 정의되어 자전거도로 통행·면허 불필요 등의 준자전거 취급을 받았으므로, 특별약관의 지급 제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보통약관 제16조의 고지의무도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대상으로 하여 전동킥보드 사용 사실 통지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다.
4-2. 법리적 검토
법원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상 기망행위 성립을 위해 허위 사실의 표시, 상대방 오인, 재산적 처분, 인과관계, 고의가 모두 증명되어야 한다고 검토하였다. 먼저, 상해 원인 '넘어져서 다침' 기재는 전동킥보드 운행 사실을 생략한 것이지만, 특별약관 적용이 모호하므로 '허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계약 시 전동킥보드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개정 전 도로교통법에 규정 없음)하였고, 개정 이유(개인형 이동장치 이용 증가 보완)가 이를 뒷받침한다. 상법 제652조 제1항의 위험 증가 통지 의무는 구체적·명시적 사항에 한정되므로, 보험회사가 전동킥보드를 비보장 대상으로 설명하지 않은 이상 피보험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아니다. 피해자 회사의 2021년 약관 개정(전동킥보드 명시)은 계약 시 모호성을 인정하는 증거로, 설명 의무 위반(보험업법상 중요 사항 설명 의무)이 인정된다. 따라서 기망의 '허위성'과 '인과관계'가 부정되며, 피고인의 고의도 증명되지 않았다.
4-3. 설명의무 등 부수적 쟁점
법원은 보험회사의 설명 의무를 강조하였다. 특별약관은 이륜자동차 운전 중 사고만 비보장으로 명시하므로, 전동킥보드 사고의 비보장 여부를 별도로 설명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증거상 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전동킥보드 포함 설명이 없었고, 원 설계사 공소외 4의 지급 불가 통보도 구체적이지 않다. 피고인(지사장)의 직무상 지식은 있지만, 공모 혐의는 전체 맥락에서 부정되며, 응급초진 차트 누락도 정상 청구 과정으로 보아 용인되었다. 이는 보험사기 사건에서 약관의 명확성과 설명 의무가 기망 판단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5. 최종 결정 및 주문
법원은 검사의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기망행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따라 원심을 파기하고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한 무죄를 선고하였다. 보험금 2,740,845원은 이미 지급된 상태로 환수되지 않으며, 피고인과 공모자(설계사, 계약자)에 대한 형사책임이 전면 면제되었다. 이 판결은 보험 실무에서 2020년 이전 가입 실손보험의 전동킥보드 사고 보장 여부를 명확히 하며, 보험회사가 유사 약관의 설명을 강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FC(보험설계사)는 고객 상담 시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의 보장 범위를 사전 설명하고, 약관 개정 이력을 확인하여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