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막대한 부담금으로 책임을 대신해 온 금융권이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가 금융 현장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포용적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그동안 금융권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장애인 고용에는 소극적이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하면 부담금을 내야 하지만, 대면 업무와 높은 전문성을 이유로 채용을 기피해 왔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9월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 29곳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24년 말 기준 장애인 고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의 장애인 고용률은 민간 기업 법정 의무고용률인 3.1%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 의무를 다하지 못해 은행들이 납부한 부담금 규모도 적지 않다. 해당 자료에 나타난 2024년 은행별 부담금 납부액은 우리은행 47억원, 신한은행 42억원, NH농협은행 38억원, KB국민은행 32억원에 달했다. 보험업계에서도 이 같은 추세는 마찬가지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10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보험사 부담금 납부액은 교보생명 13억1400만원, 삼성생명 11억8700만원, 메리츠화재 10억600만원, 현대해상 8억9400만원 등으로 나타났다. 비판이 계속되자 금융업계 전반에서 의무고용 이행을 촉진하고 실질적인 고용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가장 큰 걸림돌이던 ‘적합 직무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사 고유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직무를 제시하거나 맞춤형 고용모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수집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 대응체계 구축도 시작했다. 과거 단순 사무보조에 국한됐던 채용 방식을 벗어나, 예금보험공사 등의 사례처럼 장애인 체육선수단 창단이나 예술단 운영 등 고용률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린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가 스스로 고용 여건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실질적인 고용 확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와 유관기관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및 4대 금융협회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금융권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참여 기관들은 실무자 중심의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장애인 고용 지원 제도를 개선하고 민관 협력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번 협약이 문서로서의 협력을 넘어 금융권의 장애인 고용 개선이라는 실천으로 이어져, 장애인 고용의 선도적인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역시 “장애인 고용 확대와 포용금융 문화 정착은 국민 모두의 성장을 위해 금융권이 앞장서 실천해야 할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본격적으로 손을 맞잡은 만큼, 이번 협약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진정한 의미의 ‘포용적 금융’을 실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