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보상, 정부보다 앞선 현대·기아

전기차 보상, 정부보다 앞선 현대·기아
정부가 추진 중인 전기차 화재 보상 제도 '전기자동차 화재 안심보험'의 도입 시점이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시행 구조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이미 지난해부터 자체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기 보장 구조를 제시해 정부 제도와의 차이가 부각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월 27일 전기차 충전·주차 중 발생한 화재 피해에 대해 최대 100억원까지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보험'을 3월부터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공적 안전망을 마련해 소비자 불안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현재까지 실제 보험상품 구조나 가입 방식 등 세부 운영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최대 100억원 보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관련 예산은 20억원 수준에 그쳐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보장 기간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안은 신차 출고 후 3년으로 보장이 제한돼 있다. 전기차가 통상 5년 이상 운행되고 배터리 열화와 차량 노후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정부안과 유사한 보상 규모를 제시하면서도 보장 기간을 크게 늘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전기차 화재로 인한 제3자 피해에 대해 차량 인도 이후 최대 10년 동안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100억원 보장을 내세우더라도 보장 기간이 3년과 10년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안전성 수준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또 현대차·기아 프로그램은 단순한 사고 보상을 넘어 정기 점검 서비스와 결합된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고전압 시스템과 배터리 냉각 시스템, 커넥터 손상 여부 등을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화재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화재 보상 체계가 단순 보험 상품을 넘어 차량 관리와 안전 점검을 포함한 통합 안전 프로그램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안이 가지는 의미도 있다. 제조사 프로그램은 특정 브랜드 차량 구매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인 반면, 정부 제도는 보조금 지침과 연계해 모든 전기차 시장에 최소 안전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 지침은 제작·수입사가 화재 안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구조를 두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전기차 보험이 향후 단순 화재 보상 특약을 넘어 배터리 관리와 정비 이력, 차량 상태 데이터 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기존 자동차 보험이 운전자 사고 이력 중심이었다면 전기차 보험은 배터리 상태와 유지 관리 데이터가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기차 화재 보상 제도는 공적 안전망과 제조사 프로그램, 민영 보험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배터리와 고전압 시스템 등 위험 구조가 내연기관차와 달라 동일한 보험 체계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라며 "지속가능한 전기차 보험 체계를 구축하려면 보험사와 제조사, 정부 간 역할 조정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