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화재에 대비한 보상 체계를 둘러싼 공적 제도와 민간 기업 간의 방향성 차이가 도드라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3월부터 전기자동차 화재 피해에 대해 최대 100억원을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보험’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운영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 목표는 전기차 보급 확대 과정에서 커지는 소비자 불안을 공적 안전망으로 해소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지만, 실행 계획의 미비로 인해 제도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의 보상 체계는 신차 출고 후 3년간 유효하며, 관련 예산은 20억원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이는 실제 손해액 대비 보장 범위의 실질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전기차의 수명과 배터리 열화 주기 등을 고려할 때, 3년 보장은 노후 차량 운용 시기의 위험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자사 전기차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인도 후 최대 10년까지 동일한 100억원 보상을 제공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이미 운영 중이다. 보장 기간의 차이가 소비자 체감 안전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와 기아의 프로그램은 단순한 사후 보상을 넘어 예방적 안전 관리로 확장된 점이 두드러진다. 고전압 시스템, 배터리 냉각 장치, 커넥터 상태 등을 정기 점검하는 서비스를 연계해 화재 위험을 사전 차단하는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보험 개념을 넘어 차량 생애주기 전반의 안전 인프라로 진화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전기차 보호 체계가 운전자 행동 기반의 기존 자동차 보험과 달리, 차량 상태 데이터와 유지관리 이력에 기반한 상품 설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제도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반에 최소한의 안전 기준을 부여할 수 있는 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보조금 지급 조건에 보험 가입을 의무화함으로써 모든 제작·수입사가 기준치 이상의 보상 체계를 마련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제조사의 기술 기반 프로그램과 민간 보험사의 정교한 리스크 평가, 그리고 정부의 기준 설정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협력 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고유의 위험 구조를 반영한 지속 가능한 보장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