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적 금융 대전환 보험업권 장기 투자 역량, 미래 산업으로 확장

생산적 금융 대전환 보험업권 장기 투자 역량, 미래 산업으로 확장

생산적 금융 대전환 보험업권 장기 투자 역량, 미래 산업으로 확장

생산적 금융 대전환 보험업권 장기 투자 역량, 미래 산업으로 확장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보험업권은 장기 투자자로서의 강점을 살려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과 국가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보험업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투자 손실에 대한 면책특례제도를 도입하고 건전성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는 향후 5년간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메가 프로젝트다. 정부보증채권 기반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한국산업은행의 자금 등을 마중물로 삼아 대한민국 미래를 견인할 첨단전략산업 생태계를 폭넓게 지원한다. 보험업권은 이러한 국가적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서 AI, 바이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분야는 물론 유망 벤처혁신기업의 스케일업(Scale-Up)을 지원하는 ‘종합 금융지원 주역’으로 나설 예정이다.
■ 생산적 금융협의체 가동
- 삼성생명·메리츠화재, 현장 중심 로드맵 공유 -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제3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 협의체’ 회의를 열고, 보험업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의 생산적 금융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이번 회의는 그간 가계대출이나 부동산담보대출에 치중됐던 금융권의 자금 흐름을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산업과 스케일업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권 부위원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이 자금을 중개하는 역할을 넘어, 위험을 분담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험업권의 자금 특성상 장기 투자가 가능한 만큼, 국민성장펀드와 같은 정책성 펀드에 최적화된 투자자임을 역설했다.
이번 협의체는 단순히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원회가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통해 주요 정책을 발표하고 실제 금융권의 추진 실적과 애로사항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핵심 소통 창구로 운영된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생명, 메리츠화재 등 주요 보험사를 비롯해 신한·하나·BNK 등 주요 금융지주사와 미래에셋·하나증권,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여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자금 공급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과 메리츠화재의 생산적 금융 추진 계획이 공유됐다. 삼성생명은 국가 미래성장의 기반이 되는 첨단산업과 관련 밸류체인, 사회기반시설 위주로 생산적 금융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실행력 제고와 성과 관리를 위해 전담 조직을 지정하고 핵심성과지표(KPI) 설정 등 내부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향후 생산적 금융 관련 자체 펀드를 설정하고, 정기 임원협의체를 열어 투자계획과 실적을 점검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1월 신설한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태스크포스(TF)를 기반으로 유망 투자 사업 발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반도체, AI 등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해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심사 전문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며, 생산적 금융 관련 조직 평가지표와 성과보상체계를 개편해 실행력을 강화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년간 1조6000억원을 포함해 그룹 전체 6조원 규모 자금을 국민성장펀드 등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 투자 걸림돌 없애는 ‘면책특례’ 적용
- 고의·중과실 없으면 책임 묻지 않는다 -
보험사들이 고위험·고수익의 첨단산업 투자를 망설이게 했던 가장 큰 요인인 ‘사후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졌다. 금융위원회 면책심의위원회는 지난 6일 회의에서 국민성장펀드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의 출자 및 융자 업무에 대해 전폭적인 면책을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국민성장펀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한,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손실에 대한 기관 및 개인 제재를 면제받게 된다. 면책 대상은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출자뿐만 아니라, 펀드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투·융자, 저리 대출 업무까지 폭넓게 포함된다.
구체적인 면책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에 출자자(LP)로 참여해 펀드 조성을 지원하는 경우 해당 업무 전체에 대해 면책이 부여된다. 첨단전략산업 기금이 직접 투자하는 정책성 펀드에 출자하거나, 기업의 신규 사업 추진 시 필요한 자금을 선·후순위 대출 또는 지분투자 형태로 공급하는 ‘인프라 투·융자’ 업무도 보호 대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현장 임직원들이 사후 제재에 대한 우려 없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보험사가 국민성장펀드와 함께 첨단전략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후순위대출에 참여했다가 사업 환경 변화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인 심사 절차를 거쳤다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면책특례’는 보험업권이 보다 공격적으로 창의적인 투자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심리적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5년간 40조원 대규모 자금 공급
- 장기 자산 확보 전략과 맞물려 -
앞서 보험업권은 지난 6일 열린 ‘보험업권 대상 국민성장펀드 간담회’에서 향후 5년간 총 4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약 20%에 해당하는 8조원은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직접 투자해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특히 이번 8조원 투자 계획은 지난 1월 제2차 금융업권 생산적 금융협의체에서 논의됐던 수치보다 3조2000억원이나 확대된 규모로, 보험업권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여준다. 보험사들은 투자 기간이 길고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지닌 데이터센터 구축,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투·융자, 그리고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간접 투자 방식 등에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보험사들이 미래 유망 산업의 주요 주주이자 파트너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보험업권이 이처럼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회계제도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2023년 새 회계제도(IFRS17)와 그에 기반한 건전성 제도(K-ICS)가 도입되면서 장기 보험 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장기 자산 확보가 보험사들의 핵심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과거 저금리 기조와 전통적인 보험 이익 창출 방식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국채 중심의 보수적인 운용 전략만으로는 IFRS17 아래 부채 평가 변동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보험사들은 부채의 장기성에 걸맞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위해 기대 수익률이 높고 운용 기간이 긴 인프라 투·융자와 벤처투자로 눈을 돌리게 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산업의 장기 안정성과 국가 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국민성장펀드총괄과’ 신설, 상시 소통 강화
- K-ICS 위험계수 합리화 추진 -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실질적인 집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 개선’이라는 보답안을 내놨다. 보험사들은 그간 정책 펀드나 벤처투자 시 적용되는 높은 위험계수가 자본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김진흥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간담회에서 “정부의 손실 분담 등을 고려하여 위험계수를 합리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는 리스크 측정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EU의 솔벤시 Ⅱ(Solvency II)와 같은 글로벌 규범을 적극 참고해 정책 펀드, 인프라, 벤처투자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관련 자본 규제까지 아우르는 정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위원회 내 ‘국민성장펀드총괄과’를 신설해 보험업권과의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유망한 투자 프로젝트를 정부에 직접 제안하고, 현장에서 겪는 규제 걸림돌을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대전환은 보험사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의 기회를, 국가 경제에는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든든한 자금줄을 제공하는 ‘윈윈’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생산적 금융과 국민성장펀드라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면서 보험업권의 자금력과 당국의 제도적 뒷받침이 결합한다면, 우리나라 금융 지형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기대되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