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수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정책금융기관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및 이스라엘 등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 지역으로 수출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기업을 대상으로 비상대응 체계를 발동했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마련된 이번 조치는 특히 유동성 지원과 위험 점검을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번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는 장영진 사장이 직접 지휘를 맡고, 3명의 부사장이 피해 지원, 위험 점검, 정책·조사 분야를 각각 담당한다. 지원 대상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이라크, 이란 등 호르무즈 해협 주변 7개국과 이스라엘로, 수출 거래 중단이나 회수 불능 위험에 노출된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 지원 방안으로는 무역금융 한도의 최대 1.5배 우대와 보증서 만기 시 무감액 연장이 포함돼 실질적인 자금 조달 부담 완화를 꾀한다. 또한 보험사고 발생 시 신속한 보상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수출 기업의 경영 안정성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수출 다변화를 위한 해외신용조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기업별 상황에 맞춘 컨설팅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무역보험공사가 즉각 대응 체계를 강화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다시 한번 현실화됐음을 방증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된 해외 거래에 대한 보장 강화가 단기적 차원을 넘어 장기적 리스크 관리 전략으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정책 보험의 역할이 생존을 좌우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