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빈번한 일상이 되었으니…
기업에서처럼 학교에서도 '위기관리'는 필자에게 익숙한 영역이다. 실무 현장에서의 위기관리 경험을 이제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버전으로 재설계하여 함께 공유하고 있다. 사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위기의 본질도, 크기도, 패턴도 완전히 다른 형태로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으니 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벌써 4년을 넘겼고,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에서 들려오는 시계침 소리는 항상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 강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견고한 성벽을 쌓으며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한다. 이러한 국제 정세의 파고는 단순히 뉴스 속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네 밥상 물가와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날카로운 비수로 돌아온다.
오늘날 위기의 본질은 국가나 기업이라는 거대 조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가정 내에서 겪는 갑작스러운 경제적 파고, 가족 중 누군가가 예기치 않게 아프거나 다치는 사고, 혹은 내 신상에 닥치는 크고 작은 문제들까지 위기는 늘 우리 삶의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는 위기가 없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지만, 역설적으로 위기가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험은 사회적 필수품이 돼 있지 않은가.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큰 적은 위기 그 자체보다 '충격에 빠져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시간'이다. 위기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판단력을 마비시킨다고 한다. 당황한 리더와 개인은 본능적으로 낙관적 편향에 빠지거나 남 탓을 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하기 일쑤다. 위기관리가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사건을 직시하고 즉시 수습과 해결에 나서는 냉철한 '회복 탄력성'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지?"라고 운을 탓하기 보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지금 바로 뭐부터 해야 할까?"라고 즉각 반응하는 태도가 위기관리의 성패를 가른다.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피트니스 센터에는 "근육이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포스터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노후의 경제적 자산인 연금보다 당장 내 몸을 지탱할 신체적 자생력인 근육이 더 중요하다는 통찰이다. 위기관리의 세계도 이와 똑같다. 많은 기업이나 조직에서 고비용을 들여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추고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면 그 종이 뭉치는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할 때가 많다. 정작 필요한 것은 매뉴얼이라는 그럴듯한 문서가 아니라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체화된 근육'이다.
위기 근육은 책상 위의 이론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드러머가 무대 위에서 무의식적으로 리듬을 잘게 끊어치기 위해 수만 번 연습을 반복하듯, 위기관리는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해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는 능력 또한 핵심적인 위기 근육인데, 디지털 환경을 빠르게 따라가는 일, AI 시대에 발 빠르게 올라타는 일은 지금 당장의 위협은 아닐지 모르지만 이 변화의 흐름을 지체하다간 조만간 개인과 조직의 치명적인 위기로 닥쳐올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기다려주지 않으며,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오는 변화는 기회가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도구를 일상의 루틴으로 끌어들여 다가올 시대의 파도에 올라탈 준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선제적인 위기관리이자 미래를 위한 근육 단련이 될 수 있다.
일상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활용하는 번거로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사람들은 진짜 위기가 왔을 때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위기관리가 일상이 된 사람에게는 짙은 안갯속에서도 길을 찾는 눈이 생기는데, 소통의 창이 맑아야 미래도 선명하게 보이는 법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며, 끊임없이 자아를 성찰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위기는 막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이유다.
완벽한 방패는 없지만, 유연하게 충격을 흡수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근육은 누구든 키울 수 있다. 3월의 봄은 단순히 기온이 올라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위기를 삶의 일부로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며 즉각적인 해결을 위해 근육을 움직일 때 진정한 봄은 시작된다.
당신의 조직과 가정은 위기를 일상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매뉴얼이라는 연금에 의존해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다가올 변화를 넘어설 위기 근육을 오늘도 단련하고 있는가. 봄을 마중 나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화려한 꽃길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어떤 비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근육을 기르는 것이다. 그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가장 절실한 지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