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가 외형 성장의 정점을 지나 내실 다지기에 나서야 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수입보험료 기준 세계 9위를 기록하며 2025년 9월 말 기준 총자산 1327조원, 수입보험료 183조원이라는 규모를 달성했지만, 소비자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보험 관련 민원이 전체 금융 민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 6만3000건에 달한 점은 업계의 구조적 과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생명·손해보험협회장과 주요 보험사 최고경영자 14명과 자리를 함께하며 산업 전반의 방향성을 재정립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소비자 보호가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며, 상품 기획 단계부터 판매, 유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손해율, 불완전판매율, 계약 유지율 등 주요 지표를 내부 관리 체계에 반영할 것을 강조했다. 임직원 성과 평가에도 분쟁 예방 노력이 반영돼야 조직 차원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나타난 고수수료 상품 중심의 과당경쟁도 업계 건전성에 경고등을 켰다. 이 원장은 단기 실적에 치중한 경쟁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영업 관행 정착을 당부했으며, 감독당국은 설계사 영입 과열과 변칙 판매 수수료 설계를 막기 위해 오는 7월 1200% 룰 확대, 내년 1월 판매수수료 분급제 도입을 앞두고 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판매수수료 제도안착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불건전 영업 행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아울러 보험사들이 기관투자자로서 기후 변화, 디지털 전환 등 금융 대전환 시대에 맞춰 미래 성장 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반면 사모대출 펀드 등 불확실한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관리 강화와 내년 시행 예정인 기본자본비율 50% 규제에 대한 선제 대응도 함께 강조됐다. 금감원은 신설 계리감리팀을 통해 부채 평가의 합리성과 계리가정의 타당성을 면밀히 점검하며 단기 실적 조작 시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간담회를 단순한 당부를 넘은 감독당국의 정책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더 이상 규모의 확대가 아닌 신뢰 기반의 질적 성장에 달려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향후 상품 구조와 투자 전략, 내부 통제 체계 전반의 재설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