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서류만 수십장, 소비자 보호·영업 효율 ‘균형 과제’
청약서류만 수십장, 소비자 보호·영업 효율 ‘균형 과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보험 청약 과정에서 작성해야 할 서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영업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설계사들은 “청약 서류가 과도하게 늘어나 영업 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라며 청약 절차 간소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정책 기조와 영업 현장의 효율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 보험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설명→청약→완료의 비교적 단순한 절차였다면, 현재는 설명→위험 고지→적합성 확인→자필 확인→녹취→핵심설명서 별도 확인→전산 점검 등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현장에서는 상담 시간이 체감상 1.5~2배 늘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 소속 한 설계사는 “작성 서류가 늘어나면서 하루 상담 건수가 줄고, 월 소득도 감소하는 느낌”이라며 “노력 대비 효율이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변화는 2021년 금소법 시행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청약 관련 서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가 최근 2~3년간 다소 줄어드는 듯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영업 현장의 설명이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변액보험의 경우 청약 서류가 50장을 넘고, 건강보험도 대부분 45~50장 수준”이라고 전했다.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의무화되면서 향후 분쟁에 대비한 각종 동의서와 확인 서류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영업 현장에서는 서류 증가가 소비자 경험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한 GA 대표는 “청약서 작성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객은 스트레스를 받고, 설계사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며, 관리자들은 인쇄와 보관 비용 증가로 부담을 겪고 있다”며 “절차의 실효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설계사는 “불완전판매 1건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과도한 비용을 치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특히 보장성보험과 변액보험은 민원 다발 상품이자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되면서 동의·확인 절차가 더욱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동의서, 개인신용정보처리동의서, 비교안내확인서 등에 대한 자필 서명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보험 청약서류가 많아지면서 설계사 불만이 커지는 건 단순히 “서류가 귀찮아서”가 아니라는 것이 설계사들의 설명이다. 수익·책임·시간 구조가 동시에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계약 1건에 들어가는 시간이 2~3배 증가하면서 하루 상담 가능 건수가 줄고, 결국 월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활동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소법이 단순한 판매 규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설명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충분히 설명했고 고객이 이해했다는 증거를 남겼는가’가 핵심”이라며 “이 같은 방향성 때문에 서류가 증가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제도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절차 간소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다.
대안으로는 개인정보동의서 표준화 방안이 제시된다. 대부분의 상품에 공통 적용되는 5~6종의 동의서를 감독당국이 표준 양식으로 관리하고, 한 번의 전자 서명으로 갈음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 강화라는 대의와 보험산업 경쟁력 유지라는 현실 사이에서, 제도의 정교한 보완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