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상담원 확산에 고객만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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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의 디지털 혁신이 고객 접점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 상담 시스템 도입이 확산하면서 은행과 보험사 고객센터는 점차 ‘무인화’에 가까운 운영 체계로 전환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 체감도는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전화 연결 후 원하는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반복적인 음성 안내를 듣는 과정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상담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인간 상담원과의 연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일부 금융사의 경우 ‘0번 누르면 상담원 연결’이라는 안내음성 후에도 여전히 AI 응답이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됐으며, 이에 따라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신속히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24년 7월 금융감독원이 관련 민원 증가를 인지하고 시스템 개선을 권고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변화는 미흡한 실정이다.

업계 내부 평가에서도 이 같은 불편은 객관화됐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금융사 콜센터에서 제공하는 AI 상담에 대해 만족했다는 응답은 21.6%에 그쳤다. 73.6%는 AI가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으며, 인간 상담원 연결 과정이 복잡하다고 느낀 소비자도 과반을 넘었다. 이는 기술 도입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장벽을 높였다는 반증이다.

AI 확대는 상담 현장의 근무 여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원 중 66%가 AI 도입 이후 업무 환경이 나빠졌다고 평가했으며, 그 원인으로 ‘AI 시스템 오류로 인한 민원 증가’를 꼽은 비율이 53%에 달했다. 기대와 달리 단순 문의가 AI로 분산되지 못하면서, 해결되지 않은 문의가 쌓이고 결국 인간 상담원의 감정노동과 업무 부담이 가중된 셈이다.

금융업계는 여전히 AI 상담 확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복잡한 상담은 인간 전문가가 맡고, 반복적인 조회 업무는 AI가 처리함으로써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 고도화보다 우선해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고객이 언제든 인간 상담을 편하게 선택할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디지털 전환의 정당성은 지속적으로 도전받을 전망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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