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업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새로운 AI 도구가 법률, 영업, 마케팅 등 영역에서 데이터 분석과 문서 작업을 자동화할 것으로 해석해 관련 기업 주식을 서둘러 매도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에서 하루 만에 약 2850억 달러(약 414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한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금융 유통 구조가 흔들린 사례도 나왔다. 미국 온라인 보험 집계 플랫폼 인슈리파이(Insurify)는 지난 9일 오픈AI의 챗GPT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자동차보험 비교 기능을 출시했다.
이에 따라 기존 비교 플랫폼의 중개 가치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이 사례는 클로드를 포함한 자동화 AI가 더 이상 기술 발표나 시연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시장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AI가 특정 업종의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투자자들은 곧바로 반응했고 자금 이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도 개인 이용자들은 생성형 AI를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앤트로픽 지수(Anthropic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클로드 사용에서 마케팅 콘텐츠 제작 비중이 4.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챗GPT의 2026년 1월 한국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240만명으로, 1년 전(729만명)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고 사용 시간도 34억 분으로 8배 이상 늘었다.
이는 국내에서 생성형 AI 활용이 개인 차원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반면 기관과 기업은 내부통제와 정보보호라는 현실적 제약으로 생성형 AI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감한 고객 정보와 내부 데이터를 외부 AI에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대형 로펌을 비롯한 공공기관·대기업·금융회사 상당수는 내부망 구조로 인해 외부 AI 활용을 사실상 제한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부망과 외부망을 오가는 과정에서 보도자료 같은 단순 문서조차 깨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나 증강생성(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RAG) 기반 범용 AI 활용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내 기관과 기업들은 외부 AI 활용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체 AI 개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과 시간 대비 성능은 범용 AI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업무 활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효율은 낮고 도입을 미루자니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AI 혁신이 주가 하락과 시장 재편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할 수는 없다. 챗GPT가 등장했을 때처럼, AI가 기존 산업을 흔들지 않기를 바라는 선택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시장에서의 안락함은 곧 뒤처짐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