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담대 상승세 속 ‘30년 고정’ 주담대 도입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다시 오르며 대출 가구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연동)는 연 4.25~6.39% 수준으로 집계됐다. 금리 상단은 일주일 전보다 더 올라 ‘6%대 중반’ 구간을 보이고 있다.
금리 상승의 1차 요인은 시장금리다. 혼합형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2월 들어 연 3.7%까지 오르며 대출 기준금리도 함께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 약화와 미국 통화정책 변수 등이 겹치며 상방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 속에서 가산금리를 올린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은행은 지표금리 상승분을 반영해 혼합형·주기형 금리를 추가 인상했고, 전세자금대출·아파트담보대출 등에 가산금리를 0.30~0.38%포인트(p) 높였다.
이자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만기 30년의 ‘순수 고정금리’ 주담대를 민간 금융권에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중 민간 금융회사의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 출시와 관련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를 제외하면, 시중은행권에서 30년 만기 ‘순고정’ 상품이 나오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그동안 은행권의 ‘고정형’은 5년 고정 후 변동으로 전환되는 혼합형이나 5년 주기 재산정 주기형이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고정금리처럼 보이지만, 금리 상승기에 충격이 다시 돌아온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당국이 초장기 고정금리 상품을 기획한 배경은 차주의 금리 변동 리스크 완화에 있다. 변동금리 중심의 현행 주담대 체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이 급증해 가계와 금융시스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국은 장기간 일정한 상환 부담만 지도록 해 가계부채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당국과 은행권은 30년 고정금리 주담대 금리를 기존 5년 고정형과 유사한 수준에서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금리 상단이 6%대 중반인 만큼, 장기간 높은 금리를 감수할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면 고정금리는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이 없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유리해질 수 있어, 대출 한도에 민감한 차주에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국은 대출 총량 관리를 병행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과 제도 취지를 충분히 살펴보며 다각도로 검토중에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구조, 자금 조달 여건, 리스크 관리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금융소비자의 금리 변동 부담을 완화하고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없지만, 향후 제도 설계와 시장 여건을 보면서 금융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월 중으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1분기 내 발표를 목표하고 있다”고 전했으며, 실제 상품 출시는 하반기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