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식 잃은 피보험자 보험금, ‘위임·후견’ 없으면 가족도 못 받아

의식 잃은 피보험자 보험금, ‘위임·후견’ 없으면 가족도 못 받아

의식 잃은 피보험자 보험금, ‘위임·후견’ 없으면 가족도 못 받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14일 홈페이지에 ‘2025년 3분기 민원·분쟁사례 및 판단결과’를 게시하고, 보험금 지급·청구 및 보험료 할증과 관련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안내했다. 이번 사례집에는 보험금 청구권을 위임하거나 성년후견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피보험자가 의식이 없더라도 가족이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업장이 ‘구내치료비 특약’에 가입된 경우, 해당 시설에서 사고 발생이 확인되면 피보험자의 법률상 배상책임이 없어도 피해자가 보험사에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A씨는 아파트 내 골프연습장 이용 중 낙상사고가 발생해 배상책임보험사에 사고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입주자대표회의(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는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을 가입하면서 ‘구내치료비 특약’을 추가로 가입했으나, 보험사는 “해당 사고에서 시설물 하자가 없었으므로 입주자대표회의의 배상책임이 없으며 보험금 지급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구내치료비 특약이란 시설에 하자가 없어도 영업장 내 사고로 제3자가 다쳤을 때 치료비를 한도 내에서 보상하는 특약이다. 반면 시설소유관리자배상책임보험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피보험자의 법률상 배상책임이 없다면 피해자에게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구내치료비 특약은 피보험자(입주자대표회의)의 배상책임이 성립하지 않더라도 해당 시설 내에서 사고 발생 사실이 확인된다면 피해자가 보험사에 실제 발생한 치료비를 보험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말하는 기능 장해는 나이와 관계 없이 일부 자음의 발음만 불가능해도 장해가 인정돼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B씨의 자녀(피보험자, 청구 당시 7세)는 뇌질환으로 발달지연을 진단받고 언어·신경발달 중재치료 등을 장기간 받던 중 말하는 기능과 관련한 영구장해를 진단받았다. B씨는 자녀가 가입한 어린이보험의 후유장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어음(語音) 내 전체 자음 발음이 불가능해야 장해로 판단할 수 있다”며 “피보험자는 일부 자음 발음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으므로 ‘영구적’ 장해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어음 내 일부 자음만 발음이 불가능해도 해당 어음의 발음이 불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양순음(ㅁ, ㅂ, ㅍ)에서 ㅁ과 ㅂ 발음은 불가능하고 ㅍ 발음은 가능한 경우 양순음 발음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장기간 치료받은 후 호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유장해를 진단받은 점과 검사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영구적’ 장애로서 관련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사고 발생 시 실제 운전자가 아닌 피보험자에게 사고 이력이 반영돼 장래 보험료 할증에 영향을 미친다.
C씨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서 자신의 배우자도 운전할 수 있도록 ‘배우자 한정운전특약’에 가입했다. 그런데 C씨의 배우자가 C씨의 차를 운전하던 중 사고를 냈고, 이후 C씨는 보험사로부터 보험료 할증을 통보받았다.
자동차보험은 실제 운전자가 아닌 ‘피보험자’를 기준으로 사고를 평가해 할인·할증 보험료를 산출한다. 이에 금감원은 “배우자가 사고를 냈더라도 피보험자인 C씨의 보험료를 할증시키는 보험사의 업무처리는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계가족이더라도 보험금 청구권에 대한 위임 또는 성년후견인 선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
D씨는 피보험자이면서 보험금 청구권자인 아버지가 급성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어 대신 진단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보험금 청구권자 외 타인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민법상 대리인 또는 성년후견인이 아닌 경우 보험금 청구 등 타인의 법률행위를 대신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D씨가 피보험자의 직계가족이라 하더라도 보험금 청구권 행사를 위임받거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의 업무처리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를 활용하면 피보험자가 치매 등 중대한 질병 등으로 의사능력이 결여돼 보험금 청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피보험자의 배우자나 자녀가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대리청구인 지정제도에 따르면 계약자·피보험자·보험수익자가 동일한 계약에서, 피보험자와 동거하거나 생계를 같이 하는 피보험자의 배우자 또는 3촌 이내 친족 중에서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다. 대리인 지정 방법에는 보험사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방법(특약가입 불필요)이나 지정대리청구서비스 특약가입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