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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없어도 되나”… 미국발 ‘보험료 쇼크’

“건보 없어도 되나”… 미국발 ‘보험료 쇼크’

“건보 없어도 되나”… 미국발 ‘보험료 쇼크’

새해 들어 미국에서 건강보험료 급등으로 인한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케어(ACA)’에 따른 건강보험료 보조금 지급이 2025년 말로 종료되면서, 상당수 가입자의 보험료가 두 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미국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조금 종료 이후 일부 가구는 월 수백 달러 수준이던 보험료가 수천 달러로 급등했다. 특히 한 가족의 보험료가 월 1300 달러(약 185만원)에서 4000 달러(약 570만원)로 3배 넘게 오른 사례도 있었다. 보험료 인상 폭이 가계 소득을 압도하면서 보험 유지 여부 자체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같은 부담은 즉각적인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 가입을 아예 포기하거나,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치료 시 본인 부담금이 수천 달러에 달하는 ‘저보장 상품’으로 갈아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부부 중 한 명의 보험만 유지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오바마케어 보조금은 2021년 이후 확대되며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약 2400만명에 달했다. 자영업자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처럼 직장보험이 없는 계층이 주된 수혜자였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보조금이 사라질 경우 수백만명이 보험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보조금 종료는 단순한 재정 조정이 아니라 보험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료가 급등하면 상대적으로 건강한 가입자가 먼저 이탈하고, 남은 가입자의 평균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보험료 인상을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 상승이 다시 무보험 인구를 늘리는 구조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역시 재정 압박이 누적되고 있다. 정부가 법에 명시된 국고지원 기준을 충분히 지키지 않으면서 지난 18년간 누적된 미지급 국고지원액은 21조원을 넘어섰다. 동시에 고령화와 의료 이용 증가로 건강보험 지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 100조원을 돌파했다. 보험료 수입 증가율은 둔화되는 반면, 보장성 강화와 필수의료 확충에 따른 지출 부담은 계속 커지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도 건강보험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실손보험이 과도한 비급여 이용을 부추겨 건강보험의 정상적인 작동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비급여 조정이 특정 진료과나 의료계에 불균형한 부담을 지운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제도 개편 논의는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이런 논쟁이 길어질수록 공적·사적 완충장치가 동시에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도 개선이 지연된 상태에서 재정 압박이 누적되면, 그 부담은 결국 개인과 가계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료 급등, 무보험 인구 증가, 보장 축소라는 경로를 거쳐 의료 접근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에서 이 같은 ‘부담의 이동’을 가장 먼저 체감하는 영역은 민간보험, 특히 실손의료보험이다. 실손은 그동안 건강보험의 본인부담과 비급여 영역을 메워주는 사적 완충장치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이 장치가 흔들릴 경우, 한국에서도 미국과 유사하게 가계가 직접 떠안는 의료비 청구서가 빠르게 두꺼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손의 경고 신호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6년 실손보험 평균 보험료 인상률이 7%대 후반으로 제시됐고, 세대별로는 4세대 실손의 인상 폭이 20%대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왔다. 위험손해율 역시 3·4세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비급여 이용 비중이 큰 구조와 맞물려 보험료 조정 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손이 ‘소수가 많이 이용하는 구조’로 고착될 경우, 보험료 인상 부담은 이용이 적은 다수의 가입자에게까지 전가되는 형태로 확산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공보험의 부담이 약해질수록 민간보험과 개인 부담이 그 공백을 메우게 된다”며 “제도 축소는 재정 절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계 의료비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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