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가입 아닌 발견”… 일상에 녹아든 ‘임베디드 보험’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시장 축소로 국내 보험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소비자의 일상 소비 패턴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임베디드 보험(Embedded Insurance)’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임베디드 보험이란 비보험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보험이 내재된 형태를 말한다. 소비자가 항공권 예매나 전자기기 구매 등 비보험 제품을 이용하는 순간, 별도 검색 없이 자신에게 필요한 보장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보험개발원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보험이 더 이상 독립된 금융 상품이 아닌, 생활 서비스의 일부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접점 혁신… “선택 아닌 생존 전략”
보험개발원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생활 속 보험시장을 공략하라: 임베디드 보험시장의 확장’ 보고서를 통해 임베디드 보험이 단순한 판매 채널 변화를 넘어,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전략임을 강조했다.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 소비자가 직접 보험을 찾기보다 맞춤형 소비를 기대함에 따라, 비보험 제품 구매 여정에 자연스럽게 결합된 보험이 새로운 접점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해외의 혁신 사례를 통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홍콩의 저비용항공사 ‘HK Express’는 항공편이 90분 이상 지연될 경우 별도 청구 없이 보상을 지급하며, 불가리아 통신사 ‘Yettel’은 로밍 데이터와 연동해 여행자보험을 자동 활성화한다. 영국 ‘EKM’의 배송 지연 자동 보상, 싱가포르 ‘Grab’의 승차 호출 연계 보험 등도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 사례다.
이러한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험개발원은 제도적 뒷받침으로 ‘설명 의무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임베디드 보험은 주로 상품 구조가 단순하고 소액·단기 가입이 많아 가입 절차가 간편해야 하는데, 기존의 복잡한 설명 의무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비대면 환경 특성을 고려해 인공지능(AI) 챗봇 등 신기술을 활용한 유연한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술로 진화하는 ‘임베디드 보험 3.0’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임베디드 보험이 단순 끼워팔기인 ‘1.0’을 넘어, 기술을 통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3.0’ 단계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이 단계의 핵심은 AI 및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슬라(Tesla)’는 차량 온라인 구매 시 고객의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위험 평가를 수행하며 최적화된 보험료를 산출해 제공한다. 고객은 복잡한 서류 심사 없이 차량 구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최적의 보험을 경험하게 된다.
시장 성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제시됐다. 연구소는 전 세계 임베디드 보험 관련 매출이 향후 2033년 6069억 달러(약 850조원)까지 연평균 21.8%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규제와 기술’의 조화가 관건
두 기관은 산업 간 경계가 흐려지는 ‘빅 블러(Big Blur)’ 현상 속에서, 소비자가 끊김 없는 경험을 원함에 따라 임베디드 보험이 대세가 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다만 국내 시장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간편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설명 의무 위반, 불완전판매, 개인정보 침해 우려 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제 측면에서의 개선도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개발원은 “편의 증진을 위한 법적 요건 완화 등 정책적 개선이 동반될 때 효과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며 “편의성과 소비자 보호 간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