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가 돌봄 수요 늘지만, 보험은 역주행
한국은 2024년을 기점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 사회’에 본격 진입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역사회와 가정에 머물며 의료·요양·돌봄·주거·복지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시니어 보장보험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는 추세지만, 보험업계에서는 관련 상품의 보장 한도를 축소하거나 판매를 중단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사는 올해 들어 ‘복합재가급여보험’의 보장 한도를 낮추거나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재가급여보험은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가입자가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가정에서 방문요양, 주·야간 보호 등 두 가지 이상의 재가급여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공적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본인부담금과 추가 간병비를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며, 장기요양등급 예상자나 치매·노인성 질환에 대비하려는 시니어와 가족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져 왔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회사를 중심으로 대형 요양시설 운영에 집중해 왔지만, 재가 돌봄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략을 ‘재가 돌봄’ 중심으로 전환하고 관련 특약 상품을 잇달아 출시해왔다. 그러나 시니어 보험의 보험금 지급 규모가 확대되고 손해율 상승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복합재가급여보험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장 한도를 줄이고 있다.
실제 신한라이프는 65세 이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복합재가급여보험을 지난달까지만 판매하고, 법인보험대리점(GA)을 통한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생명 역시 지난달까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한 뒤 올해부터 중단했으며, 보장 범위를 세분화한 상품 위주로 재정비를 검토 중이다. 흥국생명은 판매를 중단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부터 보장 한도를 기존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축소해 판매하고 있다.
66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보장 한도는 이미 축소된 상태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11월 복합재가급여 한도가 4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됐으며, 하나생명은 올해부터 복합재가급여 보장을 기존 7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추고, 복지용구비용 역시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축소한다.
복합재가급여보험은 일반 재가급여보험에 비해 보험료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보험금이 반복 지급되는 구조여서 손해율 상승과 수익성 악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 인구 증가로 장기요양등급을 받는 인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재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계약자 역시 증가해 구조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 현황에 따르면 장기요양 인정자 수는 2021년 95만3511명에서 2022년 101만9130명, 2023년 109만7913명, 2024년에는 116만5030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판매 여부는 손해율뿐 아니라 장기적인 상품 안정성, 운영 효율성, 포트폴리오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 것”이라며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건강·돌봄 관련 상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으로, 그에 맞춰 상품 경쟁력을 높여갈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