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디지털 성범죄 수사의 핵심 도구를 직접 개발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성착취물 탐지 및 증거 서류 작성 자동화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 완료하고, 전국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수사관들에게 배포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가 지난해 발생한 대규모 IP 카메라 해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당시 수사팀은 피의자들로부터 압수한 방대한 디지털 증거 속에서 불법촬영물 등 성착취물을 신속하게 찾아내기 위해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된 프로그램은 해당 사건 수사에 곧바로 투입돼 핵심 증거 확보와 피의자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실효성을 입증했다.
이후 사용자 편의성을 보강하고 현장 수요 부서의 요구사항을 추가로 반영한 뒤 성능테스트를 거쳐 전국 경찰관서에 배포됐다. 프로그램은 AI 객체 탐지 기술과 백신 프로그램의 초고속 파일 검색 기술을 결합해 제작됐다. 객체 탐지 기술은 이미지나 영상 파일에서 특정 대상의 위치를 식별하는 기술이며, 초고속 파일 검색 기술은 사용자가 원하는 파일을 밀리초 단위로 찾아낸다.
이를 통해 디지털 증거물 내 사람의 신체 노출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식별한 뒤 탐지 결과를 확률값으로 제공한다. 수사관은 큰 판독 부담 없이 성착취물 여부를 최종 판단할 수 있다. 또한 판독 결과를 증거 문서 형태로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기능도 갖춰 디지털 성범죄 대응 효율을 크게 높였다.
실증 테스트 결과, 총 재생 시간 403시간 분량의 동영상 4215개(890기가바이트)를 탐색해 성착취물 여부를 판단하고 증거 문서로 만드는 작업이 기존에는 약 320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 자동화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3시간 만에 완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사 속도를 100배 이상 높인 셈이다.
이러한 수사 속도의 혁신은 성착취물의 추가 유포 위험을 조기에 차단해 피해자 중심의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실현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은 경찰청 내부 업무망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에 맞서는 경찰관들에게 배포됐으며, 사용자 안내서도 함께 보급됐다.
프로그램을 사용한 현장 수사관들은 "시급을 다투는 업무 환경 속에서 증거 확보의 최적 시간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찰청은 사용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탐지 정확도와 프로그램 기능을 현장 맞춤형으로 계속 개선·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 박우현 사이버수사심의관은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범죄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로, 경찰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그램 배포를 통해 방대한 증거 분석 등 수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게 된 만큼, 날로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끝까지 추적해 가해자를 반드시 엄벌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