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로 보험사기 권하는 사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이유
최근 금융감독원은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텔레그램 등에서 자동차 고의사고 공모자를 모집하는 사례에 대해 집중 단속에 나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른바 자동차 보험사기 모집책이 ‘공격 포지션 하실 분’ 같은 표현으로 공모자를 모은 뒤, 고의로 사고를 내 보험금을 수령하고 이를 나눠 갖는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조직범죄가 유행하자 내린 결정이다. 일회성 범죄가 아니라 역할 분담과 반복 실행이 이뤄지는 구조적 사기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이처럼 조직적인 자동차보험 사기가 가능해진 배경에는 제도적 허점이 존재한다.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에서는 경미한 사고에도 통증을 호소하고 진단서를 제출하면 교통사고와의 인과관계를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 또한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한 차량 손상을 ‘외장 부품이 교체 없이 복원 가능한 손상’으로 규정하면서도, 실제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는 관행적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틈을 노린 사기가 반복되면서 보험은 범죄의 대상이자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동안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은 총 5682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792억원으로 전체 보험사기의 절반(49.1%)가량을 차지했으며, 특히 고의사고를 통한 보험금 편취는 전체 사기 금액의 30% 안팎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자동차보험 사기 금액도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예상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보험뿐만이 아니다. 한동안은 안과에서 백내장 증상이 없거나 수술이 불필요한 환자에게 단순 시력 교정 목적의 다초점렌즈 수술을 권유하거나, 브로커 조직과 연계한 수술 유도 및 거짓 청구 권유 등 과잉 수술이 확산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백내장 수술 보험사기 ‘특별신고포상금제도’까지 생기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과 주변 조직에 국소마취제와 스테로이드 등 약물을 주입해 통증 전달 통로를 차단하는 치료로, 신경 주변의 염증과 부종을 줄이는 데 활용되는 신경차단술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한 환자는 한 해 동안 24개 요양기관을 747회 방문해 전체 환자 평균 시행 건수 5.6회의 201배에 달하는 1124건의 신경차단술을 받아 더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왜 이런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뿌리 깊은 사회의 병리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문제는 국민의 수준과 의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편법과 각종 부조리를 막아낼 만한 제도가 정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경찰국가’라 불릴 만큼 강력한 법 집행과 엄격한 규율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과 낮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나라다.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WHR)에서도 싱가포르는 50위권 중후반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나라를 제치고 아시아 2위(147개국중 세계 30위)를 차지했다. 강력하고도 예외 없는 법 집행과 치안이 높은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의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십 년을 이어온 ‘나이롱환자’ 문화와 청년들까지 가담하고 있는 조직적 보험사기의 고리를, 강력하고도 일관된 법집행 의지로 과감히 끊어내는 일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이전에 그러한 범죄가 일어나게 방치하고 부추기는 사회제도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