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액단기전문보험사, 4년째 '1곳'… 활성화 취지 무색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제도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시장 활성화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
2019년 금융혁신과 미니보험 활성화를 목표로 금융위원회가 제도를 마련했으나 현재까지 인가를 받은 곳은 지난 6월 출범한 펫보험 전문사 '마이브라운' 단 한 곳뿐이다. 전후로 예비인가를 신청한 업체가 없어, 제도 활성화 의지가 실제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단기전문보험사는 적은 자본으로 생활밀착형 소액·미니보험을 공급해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이를 위해 기존 종합보험사(최소 자본금 300억 원 이상)에 비해 대폭 완화된 20억 원의 자본금 기준을 적용했다. 다양한 스타트업과 핀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기대했던 정책이었다.
그러나 자본금 기준만 낮아졌을 뿐 인적 요건, 내부통제 장치, 전산 설비 등 운영 요건은 종합보험사와 동일하게 유지돼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사실상 제도 취지와 현실이 충돌하며 제도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한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초기 자본을 낮춰줬다지만 실제로 비즈니스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종합보험사 수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이는 소액단기전문보험업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업체는 60억원의 자본금을 준비하고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인허가 신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미 150여 개의 소액단기보험사가 운영되며 미니보험 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어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일본과 만나보면 규제가 간결하고 현실적이다"며 "일본 바이오에게 국내에서는 새 회계기준(IFRS17)이나 지급여력(K-ICSㆍ킥스)비율 등 종합보험사 수준의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을 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요건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액단기보험사도 결국 계약을 설계·유지해야 하는 보험사"라며 "요율 산정, 준비금 적립, 지급여력 규제 등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판매만 하려면 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하면 되지만, 보험 개발·언더라이팅·지급심사를 직접 한다면 관련한 보험업상의 규제들을 준수하고, 체계를 갖춰야 계약자 보호가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시행령은 ▲최소자본금 20억 원 ▲보험기간 1년 이하(갱신 가능) ▲보험금 상한 5000만원 ▲연간 총수입보험료 500억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인허가 신청을 위해서는 보험업법에 따른 인적·물적 요건 등 규제들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자본금 납입, 인력 충원, 물적 설비 구축 등 보험업 본허가 요건을 모두 충족한 유일한 소액단기전문보험사인 마이브라운은 삼성화재 등 투자자들이 130억 원 이상을 출자해 설립했다. 대표 역시 삼성화재 출신으로 보험업을 잘 알고 있다. 보험업계는 현 제도 안에서 보험 지식 또는 관련된 경험이 없다면 신생 기업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규제를 모두 없애달라고 하는게 아니라, 소액단기보험사의 특성과 규모를 고려한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며 "이런 환경이 마련돼야 임베디드 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시장이 확대돼 소비자 선택권도 넓어지고 업계 전반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소액단기보험업 활성화를 위해 종합보험사 대비 진입규제, 상품 심사, 지급여력 규제 등을 폭넓게 완화하되 일정한 사업 규모·보험기간·자산운용 제한을 두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