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집터는 사라졌지만, 마당과 화단만 덩그러니 남아 애물단지가 된 토지를 두고 갈등을 빚던 민원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사업으로 주택이 편입된 뒤 남은 부속 토지에 대해, 공부상 지목이나 지번이 다르더라도 실제로 대지처럼 사용해 왔다면 ‘일단의 토지(하나로 묶인 땅)’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취득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잔여지’ 처리입니다. 잔여지란 사업에 편입된 토지 외에 남은 부분으로, 원래 주택과 함께 쓰이던 마당이나 화단 등이 대표적입니다. 법적으로는 편입 토지와 잔여지가 물리적으로 연결돼 있고, 소유주가 같으며, 실제 용도가 일체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매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공부상 지목이 ‘대(대지)’가 아닌 ‘전(밭)’으로 돼 있거나 지번이 다르면, 기관이 이를 이유로 매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민원인 ㄱ씨는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한 고속도로 건설 공사로 인해 본인의 주택과 대지가 모두 편입됐습니다. 그는 공사가 끝난 뒤 다른 지역으로 이주했지만, 주택에 딸린 마당과 화단만 남겨졌습니다. 이 땅은 매매도 어렵고 경작도 불가능해 사실상 활용 가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에 ㄱ씨는 한국도로공사에 잔여지 매수를 청구했지만, “편입된 토지와 지목·지번이 다르다”는 이유로 거절당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의 거부에 ㄱ씨는 억울함을 느끼고 국민권익위에 고충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조사에 나서 ㄱ씨가 해당 토지를 1992년 상속으로 취득한 이후 주택을 지으면서 줄곧 마당과 화단으로 사용해 왔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공익사업으로 모든 토지가 편입된 뒤 유일하게 남은 이 잔여지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나 경제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점도 파악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법적 판단에서 중요한 요소를 짚었습니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은 토지 보상액 산정 시 ‘토지 소유자나 관계인이 갖는 주관적 가치 또는 특별한 용도’는 고려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례의 마당과 화단은 주택에 필수적으로 딸린 공간으로, 주관적 가치나 특별한 용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소유주의 동일성, 지반의 연속성, 용도의 일체성 측면에서 ‘일단의 토지’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는 한국도로공사에 “잔여지를 매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민원인 ㄱ씨에게 잔여지 매수 결정을 안내하고 손실보상 협의를 요청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건설공사와 관련한 고충민원에 대해 국민권익위의 의견을 존중해 신속히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민권익위 한삼석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사례에 대해 “고충민원의 원인이 명백하고 민원인의 잘못이 없음에도, 공공기관이 법령을 경직되게 해석해 집행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운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억울한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결정은 공익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지 문제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특히 공부상 지목과 실제 사용 현황이 다를 때, 실질적인 이용 관계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에서도 이번 의견표명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권익위는 지속적으로 현장의 고충을 반영해 정책 개선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